기자들 질문에는 묵묵부답…남부지검, 추모비·추모명판 공개
유가족 "마음에 맺혀 있던 부분 풀어져…감사하다"
故김홍영 검사 부모 만난 추미애 "죽음 헛되지 않도록 기억"(종합)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상관의 상습 폭언·폭행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김홍영 검사의 부모와 함께 김 검사가 생전 근무한 서울남부지검을 찾았다.

이날 오전 10시 45분께 남부지검 검찰청사에 검은색 코트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낸 추 장관은 김 검사의 부모를 맞이한 뒤 함께 청사 앞 화단에 놓인 추모비·추모식수 앞을 찾았다.

김 검사를 추모하는 뜻에서 심은 주목(朱木) 옆 추모비에 덮인 흰색 천을 들치자 '당신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기억하겠습니다'는 문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김 검사의 부모는 슬픈 표정으로 말없이 아들의 추모비를 어루만졌다.

추모비 앞에서 묵념한 추 장관은 김 검사의 부모와 함께 추모명판이 설치된 청사 로비로 발걸음을 옮겼다.

1층 엘리베이터 옆에 '법무·검찰 가족 일동' 명의로 설치된 추모명판에는 김 검사의 약력과 함께 '길이 끝난 곳에서도 길이 있다 / 길이 끝난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는 정호승 시인의 시 '봄길'이 적혀있다.

그 아래에는 '고 김홍영 검사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자리했다.

故김홍영 검사 부모 만난 추미애 "죽음 헛되지 않도록 기억"(종합)
추 장관은 이날 청사 앞에 모인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닫은 채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추 장관과 김 검사 부모는 검사장실에서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 이상갑 법무부 인권국장 등과 함께 25분가량 차담회를 가졌다.

이날 추모 행사에서 추 장관은 "김 검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기억하겠다"며 "김 검사가 하늘나라에서 '부모님과 법무 검찰이 우리 사회의 변화를 촉구하려는 내 뜻을 이해해주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유족을 위로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김 검사의 부모는 "추모 나무를 심어준다는 것이나, 추모패의 글 모두 전혀 생각지 못했다.

이렇게 추진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가슴에 맺혀 있던 부분이 풀어져서 앞으로는 자주 웃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추 장관은 일정을 마치고 나와서도 별다른 말 없이 승용차에 올라타 청사를 빠져나갔다.

김 검사는 2016년 5월 서울남부지검 형사부에 근무하던 중 업무 스트레스와 직무 압박감을 토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서른셋의 나이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후 대검 감찰 조사에서 상관이었던 김대현(사법연수원 27기) 부장검사가 2년 동안 상습 폭언·폭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고, 법무부는 김 부장검사를 해임했다.

김 검사 유족 측은 지난달 14일 김 부장검사의 수사를 촉구하고자 검찰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고,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는 부의심의위에서 이를 의결했다.

수사·기소 타당성을 검토하는 검찰수사심의위는 오는 16일 열릴 예정이다.

故김홍영 검사 부모 만난 추미애 "죽음 헛되지 않도록 기억"(종합)
추 장관은 올해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 9월 30일에도 김 검사가 근무하던 남부지검 검사실을 찾은 바 있다.

한편 추 장관이 검사장실을 방문해 차담회를 갖고 있던 동안 '경제민주주의21' 김경율 대표 회계사는 남부지검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열고 추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김 대표는 "추 장관은 보좌관에게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과 무관한 아들의 병가·휴가 연장 처리를 지시했고, 이는 서울동부지검이 지난달 발표한 수사 결과에서도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