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대부분 마당 밖 외출 자제…일부 "과도한 통제로 생계 막막" 반발
"시간이 멈춘 듯"…집단격리 이틀째 '고요한' 정읍 양지마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발병으로 7일 이틀째 마을 전체가 격리된 전북 정읍시 정우면 양지마을.
전날 내려진 동일 집단격리(코호트 격리) 조처로 골목과 텃밭, 도로 등 마을 주변은 한산했다.

현관과 창문을 모두 닫아놨던 전날과 달리 일부 주민이 집 밖으로 나왔으나 대문을 벗어나는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수확 철인데도 마을 주변을 지나는 농기계도 잘 보이지 않아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다.

격리된 주민들은 이따금 담장 밖에 있는 취재진을 바라보거나 뒷짐을 지고 마당을 걸으며 답답함을 달랬다.

한 주민은 대문을 잠시 벗어나려다가 입구에 있던 공무원에게 제지당해 집 안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이 주민은 "집에만 있기 답답해서 잠깐 나왔는데…. 말을 들어야지 어쩌겠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방역복과 마스크로 중무장한 방역 당국 관계자는 "주민들이 통제에 잘 따르고 있다"며 "수확 철이라 잠깐 근처 논에 가는 경우는 제외하고는 집 밖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시간이 멈춘 듯"…집단격리 이틀째 '고요한' 정읍 양지마을
이 관계자 말마따나 주민들은 대체로 방역 당국 지시에 잘 따르는 모습이었으나 일부 주민은 '과도한 통제'라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을 앞 도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주택에 사는 한 주민은 방역 당국 관계자와 공무원들이 집 앞을 지나가자 담장 밖으로 몸을 내밀고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이 주민은 "(나는) 확진자와 접촉하지도 않았고 증상도 없다"며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데 이렇게 손발을 다 묶어놓으면 어떻게 살라는 거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당장 이번 달 카드값도 내야 하는데 생계에 대한 대책은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무작정 못 나가게 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하소연했다.

방역 당국 관계자들은 코로나19 검사가 진행 중인 데다, 확진자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만큼 양해해 달라며 이 주민을 달랬으나 항의는 한동안 이어졌다.

"시간이 멈춘 듯"…집단격리 이틀째 '고요한' 정읍 양지마을
이틀째 집단 격리 중인 양지마을에서는 추석 연휴를 전후해 일가족 8명을 포함한 코로나19 확진자가 12명이나 나왔다.

이 마을 32가구에는 75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지난달 26일 마을에서 주민 수십 명이 참여한 결혼 피로연이 열린 데다, 인접 마을 주민도 이곳에 온 것으로 파악돼 이들을 상대로 한 자가격리와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정읍시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관내 어린이집 60곳과 지역아동센터 30곳 등에 휴원 명령을 내리고 노인·장애인 시설 등에 대해서도 휴관 조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