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를 차로 호송할 때 안전띠를 매어주지 않은 채로 운전하는 것은 생명권과 안전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안전띠를 하지 않은 상태로 호송된 조모 씨의 진정을 받아들여 경찰청장에게 안전이 확보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6일 밝혔다.

작년 3월 사기 혐의로 현행범 체포돼 유치장에 입감돼 있던 조씨는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법원으로 이동할 때 경찰관들이 안전띠를 매어 주지 않아 두려움을 느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호송을 담당한 경찰관들은 당시 조씨가 수갑을 차고 포승으로 묶인 상태여서 안전띠를 착용하도록 하는 게 어려웠고, 이동 거리가 14㎞에 불과해 안전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명시적인 요청이 없다고 하더라도 호송 책임자는 미연의 사고에 대처하기 위해 안전띠 착용을 포함한 모든 안전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봤다.

영장실질심사를 위한 호송은 일반적인 절차에 따른 업무라 도로교통법상 '긴급자동차'에 해당하지 않고, 피의자가 저항하거나 자해할 위험성이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안전띠를 착용시키기 곤란한 사유도 없었다고 인권위는 판단했다.

인권위는 주 경찰국마다 안전띠 착용을 규정으로 의무화한 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경찰의 '피의자 유치 및 호송 규칙'이 피의자의 안전을 추상적으로 규정한다고 지적하면서 "호송 경찰관들에게 개인적인 책임을 묻기보다는 경찰청장이 위 규칙에 호송 피의자의 안전 확보와 관련된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