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금융당국 압박에 우대금리 낮추고 한도 조절
정기예금은 한달새 7조원 늘어
주요은행 신용대출 증가세 주춤…마지막 3일간 5000억 감소
은행팀 = 국내 주요 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증가세가 지난달 한풀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규제 움직임을 보이자 은행들이 스스로 대출 조이기에 나섰고, 직장인 추석 명절 상여금 등이 들어오면서 일부 대출이 저절로 상환된 것으로 풀이된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주요 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26조3천868억원이다.

주요 은행 개인신용대출 잔액의 전월 대비 증가액은 6월 말에 2조8천374억원, 7월 말에 2조6천810억원을 기록했고 8월에는 전월 말보다 4조705억원이나 급증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에는 8월 말보다 2조1천121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여전히 2조원대 증가세지만 8월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꺾였다.

은행 개인신용대출 증가세가 줄어든 데는 은행들의 의도적인 대출 속도 조절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신용대출 감소세가 주춤한 데는 정책 효과가 가장 컸다"고 전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금융시장이 초저금리 흐름을 보이고 부동산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투자자들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대출자금으로 투자) 움직임이 강해졌다.

경기 부진에 생활자금 대출 수요도 커져 은행권 대출 잔액이 빠르게 불어났다.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지난달 들어 24일까지도 2조6천116억원 뛰었다.

하지만 추석 연휴를 앞둔 마지막 3영업일 간 5천억원이 감소했다.

담보가 없어 부실 위험이 높은 개인신용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주요 은행에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내게 하는 등 규제 신호를 보냈고, 이에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대출 줄이기에 나섰다.

농협은행이 지난달 1일자로 대출 우대금리 폭을 줄였고 우리은행도 24일을 기준으로 최고 우대금리를 낮췄다.

그만큼 대출 금리는 올라갔다.

국민은행은 우대금리 축소에 더해 신용대출 최대한도도 줄였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 등 공모주 투자를 위해 빌린 자금이 일부 상환됐고, 월말에 많은 직장에서 추석 상여금이 입금된 것도 월말 대출 잔액 감소 효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461조4천255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4조4천419억원 증가했다.

올해 들어 급감했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에 다시 늘어났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주요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635조7천964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7조1천762억원 증가했다.

작년 말보다는 10조원 이상 감소한 규모다.

올해 들어 은행 예금금리가 연 0∼1%대로 낮아지자 투자자들이 더 나은 투자처를 찾아 자금을 빼내면서 정기예금 잔액이 많이 빠져나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