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음주사고 아닌 사격장 안전대책 문제…해결 안 되면 비극 반복"

"음주도 큰 잘못이지만, 결국 미군 장갑차가 주민들 반발을 무시하고 훈련을 위해 철원 사격장으로 야간에 이동한 것도 근본적 원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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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포천에서 SUV가 미군 장갑차를 추돌해 SUV 탑승자 4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 단계다.

현재까지 조사 결과 SUV 운전자가 만취 상태에서 과속으로 차를 몰다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미군 측의 책임을 묻는 지역 주민의 목소리는 사그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커진다.

이들은 "결국 담터 사격장을 비롯한 철원·포천 지역 사격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러한 비극은 반복될 것이며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포천 미군 장갑차 추돌사고 갈등 지속…주민들 "훈련 중단 투쟁"
3일 '포천 사격장 등 군관련 시설 범시민 대책위'(범대위) 등에 따르면 범대위는 지난달 16일 국방부 측에 사고 관련 안전대책 마련을 위한 한미연합사령부와의 면담을 요청했다.

범대위 관계자는 "음주운전이 큰 잘못이긴 하지만, 야간에 주민에 대한 사전 고지나 별다른 표시 없이 장갑차를 운용하며 효순이·미선이 사망 사고 이후 만들어진 훈련 안전 합의를 지키지 않은 것이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주민들 눈을 피해 야간에 장갑차를 훈련장으로 이동시키려다 보니 이러한 비극이 발생한 것"이라며 "미군측의 향후 반응에 따라 다르겠지만 투쟁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번 참변이 단순 음주 교통사고가 아닌 사격장 훈련 관련 안전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제대로 된 안전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사고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사고 발생 전부터 범대위는 담터 사격장 근처에서 농성해 왔다.

포천과 철원 경계 부근인 철원군 담터 사격장은 미군의 다연장포 사격 훈련이 진행되는 곳으로 인근 주민들은 소음과 오발 사고에 대한 공포에 고통받고 있다.

이 때문에 범대위는 훈련 예정일 집회를 열고, 새벽에 훈련 관련 주요 거점을 점거하며 투쟁해왔다.

예정된 훈련이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군 측은 훈련을 무작정 중단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미군 다연장포는 유사시 접경지에서 활용되는 중요한 전략 자산이다.

대부분 미군이 평택으로 이전했음에도 다연장포를 운용하는 미 210 화력 여단이 동두천 기지에 남은 것도 이러한 이유다.

로버트 에이브람스 주한미군 사령관도 주민 반발로 필요한 훈련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계 당국은 주민들 설득에 힘을 쏟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납득할만한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이 주민들과 연대를 희망하고 있어 갈등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포천 미군 장갑차 추돌사고 갈등 지속…주민들 "훈련 중단 투쟁"
범대위 관계자는 "지금껏 국가를 위해 충분히 희생했는데 이제는 생존이 달린 문제라 더 양보할 수 없다"며 "아직 진보 단체와 연대할 계획까지는 없지만 우리 힘에 부친다면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월 30일 오후 포천시 관인면 중리 한탄강 영로대교(총길이 755m)에서 SUV가 미군 장갑차를 추돌, SUV에 타고 있던 A씨 등 50대 부부 2쌍이 숨지고 미군 운전자인 20대 상병이 경상을 입었다.

당시 미군 장갑차는 철원 실사격 훈련장으로 이동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