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권 제한으로 다음 세대에 '민주적 지참금'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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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선 경제' 창립자 펠버 '모든 것이 바뀐다' 번역 출간
독일 100대 기업의 경영자 80%는 최상위 3% 부유층 출신이다.
독일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경영자가 노동자 출신인 곳은 30개 중 1개꼴이다.
미래의 경영자 역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현재 경영자들의 자녀가 될 확률이 압도적이다.
독일 사회학자 미하엘 하르트만은 "경영자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태어나는 것이다"라고도 말했다.
제한 없는 상속은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기로 약속한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사회로 가는 길을 막는 장애물이지만, 아직도 '출생'만으로 결정되는 상속을 인정하는 봉건적 입장은 견고하다.
오스트리아에 본부를 둔 사회운동단체 '공동선 경제(Economy for the Common Good)'의 창립자 크리스티안 펠버는 2015년 출간한 '모든 것이 바뀐다'(원제 CHANGE EVERYTHING·앵글북스)에서 재산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저자는 공동선 경제는 완전히 윤리적 시장경제이면서 진정한 자유시장 경제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상속에 대한 봉건적 원칙을 무제한 수용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상속권을 완전히 폐기하지도 않는 대신 두 극단의 중간에서 해법을 제시한다.
상속권은 민주적으로 결정된 최고액까지 적용되며 이를 초과하는 자산은 '공적 세대 기금'에 귀속돼 다음 세대의 구성원에게 '민주적 지참금' 형태로 동등하게 배분하자는 것이다.
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도 이런 원칙을 제안한다.
저자는 부모 소유의 대기업을 물려받은 상속자가 능력과 무관하게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음으로써 야기되는 '자유의 손실'은 일체 유산 없이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수많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자유의 이득'을 통해 상쇄될 것이라고 역설한다.
이런 아이디어는 불평등 문제를 파고든 세계적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내놓은 '보편적 자본지원'과 비슷하다.
피케티가 지난해 9월 출간한 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에 제시된 보편적 자본지원은 일종의 기초자산으로서 일정 액수의 자금을 일정 연령의 청년들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공동선 경제는 실질적으로 배가 고프던 때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배가 고프던 때에 생겨났다고 한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고 부의 불평등이 심화하는 등 자본주의의 존립이 위태로운 시대에 '의식의 굶주림'에 대한 논의가 늘어나고 있다.
이 책을 옮긴 이영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공동선 경제에 대한 지침서'라고 정의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장경제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모색하는 것은 절체절명의 과제이며 이 책은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다만, 펠버가 제시한 이윤보다 공동선에 충실해 생태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에 저렴한 융자를 제공하고 예금에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민주은행' 등의 아이디어를 우리가 그대로 수용할 이유는 없다고 역자는 말했다.
또한 사유재산에 대한 제약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지만, 사익과 공익의 조화라는 관점에서 사유재산의 본질과 한계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확인됐듯이 한 사람의 문제가 모두의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현실에서 개인주의와 경쟁보다는 연대와 협력을 증진하는 것이 모두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전제조건이 된다는 점에서 역자는 공동선 경제는 우리가 지향하는 기본 방향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영환 옮김. 366쪽. 1만8천원. /연합뉴스
독일 100대 기업의 경영자 80%는 최상위 3% 부유층 출신이다.
독일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경영자가 노동자 출신인 곳은 30개 중 1개꼴이다.
미래의 경영자 역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현재 경영자들의 자녀가 될 확률이 압도적이다.
독일 사회학자 미하엘 하르트만은 "경영자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태어나는 것이다"라고도 말했다.
제한 없는 상속은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기로 약속한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사회로 가는 길을 막는 장애물이지만, 아직도 '출생'만으로 결정되는 상속을 인정하는 봉건적 입장은 견고하다.
오스트리아에 본부를 둔 사회운동단체 '공동선 경제(Economy for the Common Good)'의 창립자 크리스티안 펠버는 2015년 출간한 '모든 것이 바뀐다'(원제 CHANGE EVERYTHING·앵글북스)에서 재산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저자는 공동선 경제는 완전히 윤리적 시장경제이면서 진정한 자유시장 경제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상속에 대한 봉건적 원칙을 무제한 수용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상속권을 완전히 폐기하지도 않는 대신 두 극단의 중간에서 해법을 제시한다.
상속권은 민주적으로 결정된 최고액까지 적용되며 이를 초과하는 자산은 '공적 세대 기금'에 귀속돼 다음 세대의 구성원에게 '민주적 지참금' 형태로 동등하게 배분하자는 것이다.
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도 이런 원칙을 제안한다.
저자는 부모 소유의 대기업을 물려받은 상속자가 능력과 무관하게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음으로써 야기되는 '자유의 손실'은 일체 유산 없이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수많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자유의 이득'을 통해 상쇄될 것이라고 역설한다.
이런 아이디어는 불평등 문제를 파고든 세계적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내놓은 '보편적 자본지원'과 비슷하다.
피케티가 지난해 9월 출간한 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에 제시된 보편적 자본지원은 일종의 기초자산으로서 일정 액수의 자금을 일정 연령의 청년들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공동선 경제는 실질적으로 배가 고프던 때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배가 고프던 때에 생겨났다고 한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고 부의 불평등이 심화하는 등 자본주의의 존립이 위태로운 시대에 '의식의 굶주림'에 대한 논의가 늘어나고 있다.
이 책을 옮긴 이영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공동선 경제에 대한 지침서'라고 정의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장경제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모색하는 것은 절체절명의 과제이며 이 책은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다만, 펠버가 제시한 이윤보다 공동선에 충실해 생태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에 저렴한 융자를 제공하고 예금에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민주은행' 등의 아이디어를 우리가 그대로 수용할 이유는 없다고 역자는 말했다.
또한 사유재산에 대한 제약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지만, 사익과 공익의 조화라는 관점에서 사유재산의 본질과 한계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확인됐듯이 한 사람의 문제가 모두의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현실에서 개인주의와 경쟁보다는 연대와 협력을 증진하는 것이 모두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전제조건이 된다는 점에서 역자는 공동선 경제는 우리가 지향하는 기본 방향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영환 옮김. 366쪽. 1만8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