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클라우드서 금맥캐는 美 빅테크 기업들
카카오게임즈 상장에 56조원의 청약대금이 몰렸다. 한 주라도 받기 위해선 1524.85 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했다. 네이버는 최근 쇼핑 분야 강화를 선언했다. 대형마트, 백화점들과 협업을 통해 온라인 유통 시장에 뛰어들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은행과 증권업에도 진출했다. 모바일과 데이터를 무기로 빅테크 기업들이 기존 시장에 침투하다 보니 골목상권 침해 논란뿐 아니라 테크기업들 간 충돌도 빚어지고 있다. 카카오에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지 못하도록 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받은 네이버 사례가 대표적이다.

카카오 네이버 등 한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영역을 확장하는 분야의 공통점은 ‘기존 시장’을 파고든다는 점이다. 기업을 상대로 하지 않고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는 ‘B2C’라는 점도 비슷하다. 기존의 경쟁자가 있고 소비자를 상대로 하다 보면 결국 가격 경쟁에 몰두하게 되고 국가 전체의 부가가치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특파원 칼럼] 클라우드서 금맥캐는 美 빅테크 기업들
반면 미국의 빅테크 회사들은 한국 테크기업과는 다른 길을 선택해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 모바일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아마존은 지난 2분기 클라우드 서비스 부문에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석 달간 매출만 108억1000만달러(약 12조8500억원)를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나 증가한 수치다.

매출만 뛴 게 아니다. 이 기간 영업이익도 33억8000만달러를 냈다. 영업이익률은 31%에 달한다. 2분기 아마존의 전체 사업부문에서 이익 기여도도 가장 높았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같은 분기 클라우드 부문의 매출이 1년 전보다 47%나 증가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을 담당하는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의 클라우드 서비스 부문 매출의 원천은 대부분 기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 비대면 화상회의 일상화 등의 결과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가 코로나19가 불거진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2개월 만에 2년 동안 이뤄질 디지털 혁신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물론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하지만 따로 실적을 발표하진 않는다. 그만큼 존재감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네이버의 지난 1분기 클라우드 사업 부문이 포함된 IT플랫폼 사업 매출은 148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6%에 그쳤다. IT플랫폼 사업 매출엔 네이버페이, 라인웍스, IT서비스 등도 함께 집계되니 실제로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비중이 더 작을 것으로 추산된다.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는 한 한국계 엔지니어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의 클라우드 사업은 본사와 자회사 등의 사업 영역을 커버하는 수준”이라며 “한국 기업의 클라우드 수요 대부분은 미국과 중국 등의 회사가 맡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화려함도 없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아니더라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엔 필수적인 사업 분야로 꼽힌다. 미국 정보회사 캐널리스는 지난 2분기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 규모를 346억달러(약 41조1000억원)로 추산했다. 지난해 2분기(263억달러)보다 31.4%나 커졌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디지털 시대에 맞춰 다양한 사업에 나서는 건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가장 잘할 수 있고 관련 데이터도 많이 보유한 회사가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다만 사업의 확장 영역이 배달과 쇼핑, 은행, 증권, 게임 등에 치우쳐 있다면 나중엔 ‘반도체를 사와 가전제품을 조립만 해서 파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세계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을 장악하면서 미국의 데이터도그란 회사도 1년간 매출이 68%나 늘었다. 데이터도그는 기업들이 클라우드 소비를 낭비하지 않도록 최적화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네이버 등 한국의 빅테크 회사들이 당장 각광받지 못하더라도 미래 시장을 개척해야 한국에도 이처럼 유망한 분야의 산업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

아마존·MS·구글·알리바바 시장 점유율 63%

4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은 미국 기업들이 석권하고 있다. 미국의 정보기술(IT) 분야 시장 조사업체인 캐널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으로 클라우드 시장의 선두주자는 아마존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시장 점유율은 31%에 달한다. 2위는 마이크로소프트로 20%를 차지했고, 구글클라우드가 6%로 3위에 올랐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5%의 시장 점유율로 4위에 랭크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기업들도 IBM클라우드 세일즈포스 오라클 등 모두 미국 기업이다.

클라우드 시장의 순위는 크게 변동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년 전인 2019년 2분기의 시장 점유율 순위도 이와 동일하다. 다만 상위 기업들이 점점 더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게 눈에 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장 점유율은 1년 새 18%에서 20%로 2%포인트 뛰었다. 구글클라우드와 알리바바의 점유율도 각각 1%포인트 상승했다. 이들 네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63%로 세계 시장을 철옹성처럼 장악하고 있다.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