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격상에 일회용기 사용 폭증…환경단체 "또다른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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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지속 시 '쓰레기 대란' 우려…전문가 "위생수칙 지키면 재사용 안전"
"머그잔 대신 일회용 컵에 드리고 있는데 괜찮으실까요?"
지난 28일 오후 1시께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 점심시간을 맞아 북적이는 실내에는 손님 모두가 일회용 컵에 담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정리대에도 플라스틱 컵과 빨대 등이 빠르게 쌓여갔다.
점원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다회용보다는 일회용 컵을 찾는 손님이 많다"며 "일일이 기호를 묻기가 까다로워 당분간은 일괄적으로 플라스틱 컵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급격한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덩달아 비닐·플라스틱 등 쓰레기 배출량도 급증하고 있다.
2022년까지 일회용품 사용 35% 감축을 목표로 하던 환경부는 올해 2월부터 공항·역의 식당, 카페, 패스트푸드점 등에서의 일회용품 사용을 일시적으로 허용했다.
다회용기 사용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따른 조치다.
또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온라인 쇼핑이나 음식 배달에 따른 일회용기 사용도 증가했다.
30일부터 수도권의 프랜차이즈 카페와 심야 시간대의 음식점에서도 포장·배달 주문만 가능하도록 지침이 바뀌면서 제2의 '쓰레기 대란' 가능성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카페에서 플라스틱 컵을 요구하는 시민들은 다회용기 사용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구모(36)씨는 "바쁜 점심시간에 카페에서 머그잔을 깨끗이 소독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라며 "감염병 상황에서만이라도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주부 윤모(33)씨도 "아무래도 남의 입이 닿았던 머그컵이라 괜히 찜찜한 게 사실"이라며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는 일회용 잔을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회용품이 더 위생적이라는 생각은 근거 없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포가티국제센터에서 연구감독을 역임한 마크 밀러 박사 등 세계 공중보건 전문가 115명은 최근 성명서를 내 "기본 위생 수칙을 잘 지킨다면 다회용품 재사용은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물체 표면을 통한 코로나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은 일회용품과 다회용품이 비슷하다"며 "오히려 일회용 플라스틱은 사용 후 버려졌을 때 청소원 등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추혜인 서울대 가정의학과 전문의도 "음식점 내 감염 위험은 컵·그릇보다는 손잡이나 테이블처럼 세척하지 않는 것을 여러 사람이 만질 때 높아진다"며 "용기를 세제로 씻고 잘 말려서 쓰면 감염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위생이 일회용품 규제 완화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며 하루빨리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한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정부가 업소의 다회용기 세척 및 소독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아닌 일회용품 사용을 권장하는 것은 그동안의 일회용품 줄이기에 대한 사회적 협약을 깨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재활용 단가가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업체가 쓰레기를 수거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인 상황이 됐다"며 "이대로라면 2018년 4월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로 발생한 '쓰레기 대란' 사태가 또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 관계자도 "이 상황이 지속되면 넘쳐나는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해 또 다른 재앙을 맞을 것"이라며 "무분별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은 지양하고, 용기 재사용·리필 등 순환경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지난 28일 오후 1시께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 점심시간을 맞아 북적이는 실내에는 손님 모두가 일회용 컵에 담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정리대에도 플라스틱 컵과 빨대 등이 빠르게 쌓여갔다.
점원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다회용보다는 일회용 컵을 찾는 손님이 많다"며 "일일이 기호를 묻기가 까다로워 당분간은 일괄적으로 플라스틱 컵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급격한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덩달아 비닐·플라스틱 등 쓰레기 배출량도 급증하고 있다.
2022년까지 일회용품 사용 35% 감축을 목표로 하던 환경부는 올해 2월부터 공항·역의 식당, 카페, 패스트푸드점 등에서의 일회용품 사용을 일시적으로 허용했다.
다회용기 사용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따른 조치다.
또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온라인 쇼핑이나 음식 배달에 따른 일회용기 사용도 증가했다.
30일부터 수도권의 프랜차이즈 카페와 심야 시간대의 음식점에서도 포장·배달 주문만 가능하도록 지침이 바뀌면서 제2의 '쓰레기 대란' 가능성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카페에서 플라스틱 컵을 요구하는 시민들은 다회용기 사용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구모(36)씨는 "바쁜 점심시간에 카페에서 머그잔을 깨끗이 소독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라며 "감염병 상황에서만이라도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주부 윤모(33)씨도 "아무래도 남의 입이 닿았던 머그컵이라 괜히 찜찜한 게 사실"이라며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는 일회용 잔을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회용품이 더 위생적이라는 생각은 근거 없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포가티국제센터에서 연구감독을 역임한 마크 밀러 박사 등 세계 공중보건 전문가 115명은 최근 성명서를 내 "기본 위생 수칙을 잘 지킨다면 다회용품 재사용은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물체 표면을 통한 코로나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은 일회용품과 다회용품이 비슷하다"며 "오히려 일회용 플라스틱은 사용 후 버려졌을 때 청소원 등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추혜인 서울대 가정의학과 전문의도 "음식점 내 감염 위험은 컵·그릇보다는 손잡이나 테이블처럼 세척하지 않는 것을 여러 사람이 만질 때 높아진다"며 "용기를 세제로 씻고 잘 말려서 쓰면 감염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위생이 일회용품 규제 완화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며 하루빨리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한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정부가 업소의 다회용기 세척 및 소독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아닌 일회용품 사용을 권장하는 것은 그동안의 일회용품 줄이기에 대한 사회적 협약을 깨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재활용 단가가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업체가 쓰레기를 수거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인 상황이 됐다"며 "이대로라면 2018년 4월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로 발생한 '쓰레기 대란' 사태가 또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 관계자도 "이 상황이 지속되면 넘쳐나는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해 또 다른 재앙을 맞을 것"이라며 "무분별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은 지양하고, 용기 재사용·리필 등 순환경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