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30만명의 나라서 7만5천명 참가
"기름유출 해역 인근서 돌고래 34마리 사상…주민 분노 끓어올라"

일본 선박의 좌초로 인한 기름유출 사고 피해에 시달리는 인도양 섬나라 모리셔스에서 주민 7만여명이 시위에 나서 사고 대응 실패를 문제 삼으며 총리의 퇴진을 요구했다.

29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수도 포트루이스 도심 대성당 앞에서는 7만5천명이 모여 정부의 기름유출사고 대응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인구가 130만명에 불과한 소국 모리셔스에서 이날 시위는 40년 만에 최대 규모라고 AFP는 설명했다.

시위대는 국기를 들고, 국가를 부르며 프라빈드 주그노트 총리의 퇴진을 요구했다.

시위대 중 많은 이들은 애도의 의미에서 검은 옷을 입었다.

기름유출 해역 인근에서 34마리의 돌고래가 숨지거나 중태에 빠진 채 발견되자 모리셔스 주민들의 분노는 끓어올랐다.

모리셔스 수산부 장관은 "돌고래의 호흡기나 체내 탄화수소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위에 참여한 조셀린 렁(35)은 AFP에 "이번 시위는 주그노트 총리에게 (기름유출 사고에 대한 대응을) 다 망친 데 대한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모리셔스 야당 서열 2위인 아제이 군네스는 "주민들의 시위에 이렇게 큰 군중이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위는 주그노트 모리셔스 총리에 맞서 싸워 영웅이 된 시민 장 브루노 로레트의 제안에 따라 성사됐다.

해양안전전문가인 로레트는 모리셔스 정부가 기름유출 현황에 대한 진실을 숨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리셔스 환경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일본 화물선 '와카시오호'는 지난달 25일 모리셔스 남동쪽 해안에 있는 산호초에서 좌초해 선체가 갈라지면서 1천t 이상의 기름이 맹그로브림과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바다로 유출됐다.

와카시오호는 현재 두 동강 났으며, 모리셔스 정부는 이중 앞부분을 바닷속에 가라앉혔지만, 뒷부분은 여전히 산호 위에 좌초돼 있다.

일본과 영국 당국은 이번 기름유출 사고로 관광에 의존하는 섬나라가 어느 정도의 생태학적 손실을 볼지 조사하고 있다.

모리셔스 군도의 주민들은 대부분 관광이나 어업으로 생계를 꾸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