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로 예정됐던 리츠 상장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주된 이유는 흥행 저조 우려다. 지난해에는 리츠가 큰 인기를 끌며 50대1이 넘는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최근에는 성장주에 관심이 쏠리면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가 하락으로 배당수익률(주당배당금/주가)이 올라갔다. 편입한 자산 유형도 주유소, 물류센터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장기 투자 관점에서 매수 적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리츠 상장 일정 줄줄이 연기

30일 증권가에 따르면 디앤디인베스트먼트는 이번 하반기로 예정됐던 디앤디플랫폼리츠의 상장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이 리츠는 일본 가나가와현의 아마존 물류센터와 서울 문래동의 사무용 빌딩 및 상업시설을 자산으로 편입한다.

당초 아마존 물류센터는 디앤디플랫폼리츠의 편입 자산 목록에 없었다. 최근 반등장에서 리츠의 인기가 떨어지자 흥행 저조를 우려해 추가 편입을 결정했다. 물류센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뒤 가치가 올라간 대표적인 자산이다. 하지만 그래도 상황이 여의치 않자 아예 상장을 미룬 것이다.

다른 리츠도 비슷한 이유로 상장이 연기되고 있다. 이에스알켄달스퀘어리츠는 10월에서 12월로 상장을 미뤘는데 내년으로 추가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이 리츠는 국내 최초의 물류센터 리츠로 주목 받았다. 서울 호텔과 인천 상업시설에 투자하는 신한서부티엔디리츠도 다음달에서 10월 이후로 상장을 연기했고, 프랑스 사무용 빌딩에 투자하는 마스턴프리미어리츠는 이달 상장할 예정이었으나 취소한 뒤 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다.

장기 배당투자 유인은 높아져

투자자의 성장주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리츠 주가는 최근 약세다. 올해 상장한 리츠 4개(이지스밸류·이지스레지던스·미래에셋맵스·제이알글로벌리츠)는 최근 종가가 공모가보다 -9.10~-3.20% 낮다. 지난해까지 상장한 리츠 7개는 코스피지수 저점(3월19일)부터 최근까지 최대 19.59%(에이리츠) 오르는데 그쳐 이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61.48%)에 한참 못미쳤다. NH프라임리츠는 11.26% 떨어졌다.

이런 상황은 역설적으로 리츠의 배당수익률을 높였다. 이리츠코크랩은 지난해(배당기준일) 1주당 350원을 배당했다. 최근 주가 대비 배당수익률은 6.7%다. 에이리츠(6.5%), 모두투어리츠(6.1%), 신한알파리츠(4.2%), 케이탑리츠(3.3%) 등도 배당수익률이 올랐다. 상장한지 1년이 안 된 롯데리츠는 배당금 합계가 최근 주가의 5.1%고, NH프라임리츠는 2.9%다. 김상진 한국리츠협회 연구위원은 “아직 상장하지 않은 리츠도 배당수익률이 최대 7%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주유소·물류센터 편입 리츠도

최근까지 국내에 상장된 리츠는 모두 상업용 또는 사무용 시설을 편입했다. 이런 리츠는 코로나19 사태 뒤 배당금이 작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 시달렸다. 입주 업체에게 임대료를 제대로 못받을 우려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다른 종류의 리츠도 상장된다. 31일 상장하는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는 전국 300여개의 주유소를 담았다. 이에스알켄달스퀘어리츠와 디앤디플랫폼리츠는 비대면 시대에 수요가 높아진 물류센터를 편입할 예정이다. 비상장 공모 종목인 케이비안성로지스틱스리츠도 물류센터가 자산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