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W "비상사태 선포 후 정부 비판 언론인·의료인 등 체포"
국제인권단체 "베네수엘라 정권, 코로나19 구실로 반대파 탄압"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통제를 구실로 정부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밝혔다.

휴먼라이츠워치는 28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베네수엘라 정부가 지난 3월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정부를 비판한 수십 명의 언론인과 의료 종사자, 인권 변호사, 정치인 등을 독단적으로 체포하거나 처벌했다고 전했다.

마두로 정부는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고 정부 통제력을 강화하는 비상사태를 다섯 차례나 연장했다.

인권 변호사 이반 비리게스(65)는 지난 4월 페이스북에 정부의 방역 대책을 비판하고 연료 부족을 우려하는 글을 올렸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이틀을 갇혀있는 동안 경찰은 그에게 수갑을 채우고 뜨거운 태양 아래 서 있게 했으며, 26시간 동안 화장실에 가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정부 명예훼손과 증오 등으로 기소된 그는 현재 가택연금 상태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안드레아 사야고는 4월 첫 확진 사례가 나온 후 동료들에게 확진 결과서 이미지와 함께 주의를 당부하고 적절한 방역 조치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냈다가 병원에서 해고됐다.

국제인권단체 "베네수엘라 정권, 코로나19 구실로 반대파 탄압"
환자 정보 유출이 아닌 '테러'가 해고 사유였다.

그는 정보당국에서 여러 시간 신문을 당한 후 내부 정보를 남용했다는 이유로 기소돼 가택연금됐다.

프리랜서 언론인인 다르빈손 로하스는 여러 취재원의 정보를 종합해 정부 공식 통계보다 더 많은 코로나19 확진자 통계를 트위터에 게시했다가 영장도 없이 수색을 당했다.

경찰은 그의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압수하고 2주간 구금했다.

체포 과정에서 가족을 폭행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를 흔들 목적으로 거짓 정보를 흘려 증오를 선동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로하스 외에 정부를 비판한 여러 언론인 등이 모호한 증오방지법의 적용을 받아 체포됐다.

체포된 이들은 코로나19를 핑계로 한 법원의 조치 탓에 변호사들의 조력도 제대로 받지 못했으며, 고문 수준의 신체적 학대를 당하기도 했다고 휴먼라이츠워치는 전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호세 미겔 비방코 미주국장은 "비상사태 이후 당국과 친정부 무장단체가 더 대담해졌다"며 "요즘 베네수엘라에선 처벌이 두려워 마두로 정부를 비판하는 사적인 메시지조차 마음대로 보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