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은 29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결승전에서 서브 득점 4개를 포함해 양 팀 합해 최다인 27점을 올렸다.
한국전력은 대한항공을 세트 스코어 3-2(25-18 19-25 25-20 23-25 20-18)로 꺾고 우승했다.
지난해 컵대회에서 3패로 예선 탈락하고 V리그 정규리그에서도 최하위에 그친 한국전력은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켰다.
가장 큰 '반전'의 주인공은 러셀이었다.
러셀은 기자단 투표에서 30표 중 20표를 얻어 대회 MVP에 올랐다.
박철우(9표)보다 2배 이상 많은 지지를 받았다.
경기 뒤 만난 러셀은 "한국에서 치른 첫 대회에서 우승하고 MVP를 받아 영광이다.
이번 대회는 내가 누군지 알릴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러셀은 5경기에서 99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은 52.76%였다.
리시브 효율은 10.45%로 다소 떨어졌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나아졌다.
사실 러셀은 MVP 투표에서 '스토리' 덕에 가점을 얻었다.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은 "러셀이 연습경기 때는 몇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 교체 생각도 했다"고 털어놨다.
한국전력은 라이트 박철우를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하며 외국인 선수는 레프트로 활용하기로 했다.
최근 3시즌 동안 서브 리시브 부담이 거의 없는 라이트로 뛰었던 러셀은 한국에서 수비 훈련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수비 부담은 공격에도 이어져, 연습 경기 때 러셀은 자주 흔들렸다.
그러나 결승전까지 치켜본 뒤 장 감독은 "이 정도 활약은 기대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의 깜짝 스타가 됐다"며 "러셀이 이 정도로 해준다면 정규리그에서도 믿고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러셀도 자신의 상황을 알고 있었다.
러셀은 "한국에서 외국인 선수로 살아남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상당한 압박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반전의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러셀은 "나는 경기 때와 연습할 때의 에너지가 다르다.
실전에서는 다르다는 걸 보여드릴 수 있다는 자신감 있었다"고 했다.
누구보다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아내 이유화 씨다.
재미교포인 이유화 씨는 미국 대학에서 배구 선수로 활약했고, 그때 러셀을 만났고 결혼했다.
러셀은 "운동선수인 나를 지지해 주는 아내에게 고맙다"며 "MVP 상금(300만원)은 아내를 위해 쓰겠다"고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