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과 손잡고 '세계 최초 완전한 사이보그' 도전
눈동자로 컴퓨터 통제해 아바타 통해 의사표현
"인간으로서는 죽어가지만 사이보그로서 살아갈 것"
모건 박사는 자신의 운명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필요한 신체 기능을 모두 기계로 대체하는 '세계 최초의 완전한 사이보그'가 되기로 한 것이죠. 사이보그(Cyborg)는 인공두뇌학(Cybernetics)과 유기체(Organism)의 합성어입니다. 프랑스의 과학자 앙드레 M. 앙페르가 처음 사용했죠. 뇌를 제외한 신체를 개조한 생명체, 다시 말해 인간의 자아, 생체신경으로 기계장치를 제어하는 생명체를 가리킵니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사이보그가 되기 위한 여러 수술을 거쳤습니다. 후두를 적출하고 그자리에 음식물을 주입하는 관과 음성장치를 달았습니다.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용변 장치도 달았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수술 부위는 눈이었다고 합니다. 앞으로 손발을 못쓸 경우 컴퓨터 및 제어장치를 이용할 가장 중요한 기관이기 때문이죠. 한쪽 눈으로는 눈동자 움직임으로 컴퓨터를 통제하고 나머지 눈에는 자신의 위치에서 컴퓨터를 잘 볼 수 있는 시력이 되도록 레이저 시술을 했습니다. 움직일 수 없는 몸은 특수 제작한 휠체어가 대신하게 됐습니다.
모건 박사는 수술에 들어가기 전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었습니다. 얼굴 근육이 마비되기 전 미리 표정을 캡처하고, 음성을 녹음해 온라인에서 자신을 대신할 수 있는 또다른 자아입니다. 그가 눈을 움직여 컴퓨터를 제어하면 아바타가 저장된 표정과 음성을 활용해 화면상에서 의사표현을 실행합니다. 그는 인간인 자신을 '피터1.0', 사이보그가 된 자신을 '피터2.0'이라고 지칭합니다. "나는 계속 진화할 것이다. 인간으로는 죽어가지만, 사이보그로 살아갈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죠. 모건 박사의 사이보그 프로젝트는 인텔이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라마 나흐만 인텔 펠로우 겸 인텔 예측 컴퓨팅 연구소 디렉터가 이끄는 팀이 그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씁니다. 나흐만 디렉터는 호킹 박사의 의사소통 기술을 만든 과학자입니다. 호킹 박사는 생전에 한 강의에서 "나는 영국인인데 기계를 미국에서(즉, 미국 기업인 인텔에서) 만드는 바람에 기계 음성이 미국식 영어가 돼버렸다"는 농담을 한적도 있죠.
호킹 박사가 8년간 사용한 음성합성 기술 (ACAT) 오픈소스 플랫폼은 모건 박사의 음성에도 기반이 됐습니다. 키보드 시뮬레이션, 단어 예측, 음성 합성을 통해 의사표현을 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입니다. 호킹 박사는 볼에 있는 미세 근육으로 안경 센서를 움직여 컴퓨터에 문장을 입력했죠.
나흐만 연구팀은 여기에 컴퓨터 화면에 있는 글자를 응시해 문장을 만들 수 있는 시선 추적과 단어 예측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모건 박사는 보다 빠른 속도로 대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기술을 선호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AI와 함께 학습하고 자신에게 기술을 적용하는 열린 태도를 보인 것이죠. 나흐만 디렉터는 "우리는 그가 빠르게 대답을 선택하고 다른 방향으로 화제를 돌릴 수 있는 응답 생성 기술을 연구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와함께 모건 박사와 다른 사람 간 대화 사이의 지연 시간을 줄이고 감정을 표현하는 여러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대화에서 단어뿐 아니라 말투, 뉘앙스 등 여러 신호를 함께 받아들이죠. 나흐만 연구팀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비언어적 요소를 유도하는 AI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s)' 개발도 진행중입니다. 뇌파를 감시하는 전극이 장착된 두건 모양의 기기로, 뇌파를 이용해 목소리를 조절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얼굴의 뺨이나 눈동자조차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몸의 어떤 부분도 꼼짝할 수 없는 사람들이 의사표시를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으로 기대됩니다. 나흐만 디렉터는 "기술은 소외된 사람들의 지원군이 될 것이라 믿는다"며 "장애를 가진 사람도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사회 평등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