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직후 미군에 의해 무단반출됐던 설악산 신흥사 영산회상도와 시왕도가 66년 만에 환지본처(還至本處·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옴) 했다.

설악산 신흥사 '영산회상도' 66년 만에 제자리
설악산 신흥사는 28일 오후 사찰로 돌아온 영산회상도와 시왕도를 원래 있던 자리인 극락보전과 명부전으로 이운한 뒤 환지본처를 알리는 의식을 진행했다.

10여년에 걸친 환수작업 끝에 7월 29일 국내로 돌아와 불교중앙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던 영산회상도와 시왕도는 28일 오전 불교중앙박물관을 출발, 오후 2시께 신흥사 일주문에 도착했다.

일주문에 도착한 영산회상도는 목탁과 요령을 든 스님 2명의 인도 아래 이운에 나선 8명의 대중 스님에 의해 청동대불∼금강교∼사천왕문∼보제루를 거쳐 원래 있던 자리인 극락보전까지 운반됐다.

시왕도 역시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 관계자 4명과 포교사 4명에 의해 영산회상도 뒤를 따라 극락보전을 거쳐 원래 있던 자리인 명부전으로 이동했다.

영산회상도를 극락보전까지 이운한 신흥사는 이를 불단 위에 잠시 올려놓고 반야심경 봉독으로 환수를 축하함과 동시에 남북통일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조기 종식, 속초시 발전 등을 발원했다.

설악산 신흥사 '영산회상도' 66년 만에 제자리
이 자리에서 신흥사 회주 우송 스님은 "영산회상도와 시왕도가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환수에 애써주신 종단과 신흥사, 신흥사의 사부대중,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의원회 등의 큰 공덕 덕분"이라며 "영산회상도와 시왕도의 환지본처를 계기로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고 대한민국 국민이 건강하고 맑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우리가 모두 힘을 합쳐 나가자"고 말했다.

신흥사는 이날 사찰에 도착한 영산회상도와 시왕도를 신흥사 유물전시관으로 옮겨 보관한 뒤 다음 달 20일 오전 극락보전에서 환영법회를 봉행할 예정이다.

신흥사는 향후 영산회상도와 시왕도를 주요 전각에 봉안해 불자들의 신심을 높이는 예경의 대상이 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1755년(영조 31년) 6월에 그렸다는 발원문이 선명한 영산회상도는 가로 4.064m, 세로 3.353m 크기의 초대형 불화다.

설악산 신흥사 '영산회상도' 66년 만에 제자리
신흥사 본전인 극락보전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보물 제1721호)의 후불화로 한국전쟁 직후 사라졌다가 미국 LA카운티미술관 수장고에서 발견됐다.

6개의 큰 조각과 파편으로 나눠진 채 발견된 영산회상도는 용인대 문화재학과 박지선 교수가 2010년 9월부터 1년여간 미국 현지에서 진행한 보전처리 작업 끝에 완벽하게 복원됐다.

신흥사와 영상회상도 회수에 나섰던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 등은 1954년 6월과 10월 사이에 미군에 의해 반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흥사 영산회상도는 강원도에서 현존하는 후불화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일 뿐 아니라 규모와 품격 등에 있어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수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