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가 110년 전 일본에 국권을 상실한 치욕을 잊지 않기 위해 친일 시인의 행적을 알리는 '단죄 비'를 세우고 일본 이름으로 된 공적 장부를 정비하는 등 일제 잔재 청산에 나섰다.

전주시는 29일 제110주년 경술국치일을 맞아 덕진공원에서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와 광복회 전북지부 회원 등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친일행적을 알리는 '김해강 단죄 비' 제막식을 한다고 28일 밝혔다.

경술국치는 일제가 한일합병조약을 강제로 체결하고 이를 공포한 1910년(경술년) 8월 29일을 일컫는다.

김해강 시인은 '전북 도민의 노래', '전주 시민의 노래'를 작사하는 등 오랫동안 지역에서 존경받는 문인으로 평가돼 왔으나, 일본 자살특공대를 칭송한 '돌아오지 않는 아홉 장사' 등의 시를 비롯한 친일 작품을 쓴 것으로 드러나면서 광복회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포함됐다.

시는 또 토지·임야대장 등 공적 장부에 존재하는 일본식 이름의 공부를 정비하는 '공적 장부 일본 이름 지우기'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공적 장부에 일본식 이름으로 남아 있는 일본인, 일본 기업, 일본식 성명 강요자(창씨 개명자)의 귀속재산을 찾아내 국유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는 오는 9월까지 제적등본과 등기부 등본, 토지대장 등 총 250건에 대한 조사 작업을 할 계획이다.

시는 창씨개명 기록이 있는 공부의 실제 토지 존재 여부를 파악한 뒤 공부 정비, 창씨개명 정리, 공공재산에 해당하는 필지 등으로 분류해 조달청에 통보키로 했다.

앞서 시는 일제가 남긴 치욕스러웠던 역사를 잊지 않고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지난 3월 조례 개정을 통해 김해강이 쓴 '전주시민의 노래'를 폐지했다.

또 지난해 일본 미쓰비시 창업자의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의 호인 '동산'을 따 지은 '동산동'의 명칭을 '여의동'으로 변경했으며, 중노송동 기린봉 입구에 명성황후 시해를 도운 이두황의 단죄 비를 세웠다.

전주시 관계자는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민간단체와 긴밀하게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