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사인에 바로 투구하는 '초고속 인터벌'…느린 커브와 직구 조합
'선발 체질' 김광현, 선발 ERA 0.57·12이닝 연속 비자책
붙박이 선발로 자리 잡으니,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장점이 더 강렬하게 드러난다.

포수 사인에 바로 투구하는 '초고속 인터벌'과 메이저리그 연착륙 무기로 삼은 '느린 커브'가 선발 투수 김광현을 더 돋보이게 한다.

김광현은 28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2020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홈경기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했다.

볼넷은 단 1개만 내줬고, 삼진 3개를 잡았다.

1-1로 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넘겨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지만, '선발 김광현'의 안정감은 확실히 드러냈다.

김광현은 시즌 평균자책점을 1.69에서 1.08로 낮췄다.

선발로 등판한 경기에서 김광현의 성적은 더 좋다.

김광현은 이날까지 3차례 선발 등판해 15⅔이닝 동안 2실점 했다.

자책점은 단 1개로, 선발 평균자책점은 0.57이다.

빅리그에서 처음 선발 등판한 18일 시카고 컵스전 4회에 솔로포를 내준 이후, 김광현은 12이닝 동안 비자책 행진을 펼치고 있다.

김광현은 마무리 투수로 메이저리그 첫 경기를 치렀다.

7월 25일 피츠버그와의 개막전에 마무리로 등판한 그는 1이닝 2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힘겹게 세이브를 챙겼다.

한 달여 만에 다시 만난 피츠버그를 상대로 '선발' 김광현은 확실하게 설욕했다.

마일스 마이컬러스, 카를로스 마르티네스 등 선발진이 부상으로 이탈하고, 세인트루이스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숱한 변수 끝에 김광현은 선발로 보직을 바꿨다.

KBO리그에서 김광현은 '확실한 선발 투수'였다.

2007년 프로에 입문해 2019년까지 김광현은 정규시즌에서 298경기에 등판했는데 276경기를 선발 투수로 치렀다.

익숙한 자리에 돌아오자, 김광현은 자신의 재능을 맘껏 발휘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준비했던 커브와 체인지업도 효과를 보고 있다.

김광현은 이날 커브 12개와 체인지업 9개를 던졌다.

총 투구 수가 80개였으니, 커브 구사율은 15%, 체인지업 구사율은 11.3%였다.

김광현은 8월 23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도 커브 13.25%, 체인지업 9.64%의 구사율을 보였다.

'선발 체질' 김광현, 선발 ERA 0.57·12이닝 연속 비자책
김광현은 2019년을 시작하며 "커브와 스플리터가 테마"라고 말했다.

2019년 2월 미국 플로리다 비로비치에 차린 SK 와이번스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그는 "2018년까지 나는 직구, 슬라이더 비율이 각각 45% 정도였다.

다른 변화구 비율이 10%도 되지 않았다"며 "우타자 바깥쪽을 공략하려면 체인지업 혹은 스플리터가 필요하다.

슬라이더와 확연히 구분되는 느린 공도 필요하다.

그런 구종이 커브"라고 말했다.

김광현은 2019년에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

그의 지난해 구사율은 직구 39.1%, 슬라이더 37%, 투심·스플리터 14.5%, 커브 9.4%였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김광현의 스플리터가 체인지업으로 분류된다.

1년 동안 꾸준히 던지면서 김광현의 커브는 꽤 날카로워졌다.

이제 김광현은 '구속 변화'로 타자를 상대할 수 있는 커브볼러가 됐다.

28일 피츠버그전에서도 김광현은 직구 최고 구속 시속 148㎞로, 아직 KBO리그 시절만큼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시속 108㎞까지 구속을 낮춘 커브 다음에 직구를 던지는 볼 배합으로 '직구의 상대적인 속도'를 높였다.

우타자의 바깥쪽으로 흘러가는 체인지업도 점점 제구를 잡아가고 있다.

여기에 김광현은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의 사인이 나오면 지체하지 않고 투구하는 '초고속 인터벌'로 타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28일에도 김광현의 빠른 인터벌에 놀란 타자들이 '타임'을 외치는 장면이 나왔다.

김광현이 빅리그에서도 선발로 연착륙했다는 증거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김광현의 표정도 점점 밝아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