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펀드시장의 흐름이 패시브 중심에서 액티브 투자로 변화하는 기류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테마나 섹터와 관계없이 급등하는 개별 종목들이 등장하면서 액티브 펀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으로 돌아와 개별 종목 위주로 투자할 경우 성장주 집중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흐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외 증시의 큰 흐름은 ‘패시브화’였다. 액티브 펀드의 수익률이 시장을 쫓아가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이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지수를 통째로 사고, 수수료를 낮추는 데 만족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섹터나 테마와 상관없이 높은 수익률을 내는 개별 종목이 등장한 게 계기였다. 미국 ETF 총자산 대비 액티브 펀드의 총자산 규모 배율은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다 올 들어 상승 반전했다.

이런 변화는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감지된다. 올 상반기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 5개 중 4개가 ETF였지만 하반기에는 1개만 ETF였고 나머지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개별 종목이었다. 국내 ETF 시장의 외국인은 대부분 ETF 투자를 차익거래를 위해 활용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지만, 추세적인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

MSCI이머징마켓 ETF 등을 통해 지수를 통째로 사던 외국인의 투자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액티브 펀드를 통해 투자하면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골고루 오르기보다 성장주 집중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 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해외 액티브 펀드들이 담고 있는 종목을 살펴보는 것도 외국인이 돌아오면 살 종목을 확인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베일리 길포드에 주목했다. 이 회사는 테슬라 지분 6.3%를 보유하고 있는 테슬라의 2대 주주다. 최근 전기차 밸류체인(가치사슬)으로 투자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베일리 길포드 이머징마켓 주식형 펀드’는 알리바바 TSMC 텐센트와 함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네이버 삼성SDI 등에 투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