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엔 개별 종목 위주 순매수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외 증시의 큰 흐름은 ‘패시브화’였다. 액티브 펀드의 수익률이 시장을 쫓아가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이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지수를 통째로 사고, 수수료를 낮추는 데 만족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섹터나 테마와 상관없이 높은 수익률을 내는 개별 종목이 등장한 게 계기였다. 미국 ETF 총자산 대비 액티브 펀드의 총자산 규모 배율은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다 올 들어 상승 반전했다.
이런 변화는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감지된다. 올 상반기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 5개 중 4개가 ETF였지만 하반기에는 1개만 ETF였고 나머지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개별 종목이었다. 국내 ETF 시장의 외국인은 대부분 ETF 투자를 차익거래를 위해 활용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지만, 추세적인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
MSCI이머징마켓 ETF 등을 통해 지수를 통째로 사던 외국인의 투자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액티브 펀드를 통해 투자하면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골고루 오르기보다 성장주 집중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 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해외 액티브 펀드들이 담고 있는 종목을 살펴보는 것도 외국인이 돌아오면 살 종목을 확인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베일리 길포드에 주목했다. 이 회사는 테슬라 지분 6.3%를 보유하고 있는 테슬라의 2대 주주다. 최근 전기차 밸류체인(가치사슬)으로 투자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베일리 길포드 이머징마켓 주식형 펀드’는 알리바바 TSMC 텐센트와 함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네이버 삼성SDI 등에 투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