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외 주식 시장의 큰 흐름은 패시브화였다. 액티브 펀드의 수익률이 시장을 쫓아가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이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지수를 통째로 사고, 수수료를 낮추는데 만족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섹터나 테마와 상관없이 높은 수익률을 내는 개별 종목이 등장하면서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ETF 총자산 대비 액티브펀드의 총자산 규모의 배율은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다가 올해 들어 상승 반전했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 주식 시장에서도 감지된다. 지난 상반기(1월~6월)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 5개 중 4개가 ETF였다면, 하반기(7~8월)에는 1개만 ETF 였고 나머지는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LG생활건강 등 개별 종목이었다. 국내 ETF 시장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부분 ETF 투자를 차익거래를 위해 활용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지만, 추세적인 변화는 감지되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 개별 종목을 9000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MSCI이머징마켓 ETF 등을 통해 지수를 통째로 사던 외국인의 투자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액티브 펀드를 통해 투자하면서 시총 상위 종목이 골고루 오르기보다 성장주 집중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한국 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해외 액티브 펀드들이 담고 있는 종목을 살펴보는 것도 외국인들이 돌아오면 살 종목을 확인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베일리 길포드에 주목했다. 이 회사는 테슬라 지분 6.3%를 보유하고 있는 테슬라 2대 주주다. 최근 전기차 밸류체인으로 투자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베일리 길포드 이머징마켓 주식형펀드'는 알리바바 TSMC 텐센트와 함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네이버 삼성SDI 등에 투자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펀드의 흐름을 패시브에서 액티브로 바꾸는 주역이 성장주라면, 한국 주식시장도 이러한 흐름 안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주도주의 매수 주체가 개인에서 외국인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