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대부분 파업 참여…스케줄 미리 조정해 큰 혼란 없어"
경기도, 91개 의료기관에 24시간 진료가능한 비상체계 마련

대한의사협회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 등에 반발해 2차 총파업에 나선 26일 경기도 수원의 아주대병원 로비에는 의사 가운 수십벌이 차곡차곡 개어져 쌓여있었다.

그 뒤로 마스크를 쓴 전공의 2명이 서서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가운들을 내려다봤다.

이들의 손에 들린 피켓에는 "현장 의견 무시하는 불통 정책 철회하라", "'덕분에'라며 기만 말고 존중부터 실현하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전공의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는 로비 근처 중앙혈액 내과 진료접수처에는 진료 가능한 의료진이 부족한 탓인지 환자들이 몰려 10여명이 줄을 서 진료 접수를 기다렸다.

이비인후과와 신경외과 등 다른 진료과도 의사마다 대기 환자가 기본 5명 이상이어서 진료를 받으려면 30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

원무팀 관계자는 "환자가 많은 편이어서 평소에도 대기시간이 있지만 이번 파업의 영향으로 대기시간이 더 길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성빈센트병원 본관 입구 옆에도 전공의 6명이 일렬로 서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수납하고 처방전을 발행받을 수 있는 기계에는 10여명이 몰려 다소 붐비는 모습이었다.

전공의들은 기계 앞으로 줄을 선 사람들에게 다가가 파업 이유와 정부의 의료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전단을 나눠줬다.

한 전공의는 "저희가 왜 파업하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관련 내용이 담긴 전단을 드립니다"라고 외치며 로비 곳곳을 돌아다녔다.

이들은 각 진료실 근처에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에 한 번만 귀 기울여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정확한 파업 인원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전공의 대부분이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아주대병원과 성빈센트병원을 비롯해 분당서울대병원, 동탄한림대병원 등 경기도 내 주요 병원들은 미리 수술과 예약 진료 스케줄을 조정해 큰 혼란은 없는 모습이었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이탈한 전공의와 추가 투입된 예비 의료진의 수가 매일 달라 휴진율이 정확히 집계되진 않지만 수술의 경우 미리 스케줄을 손봐서 지금은 평소의 절반 정도만 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일단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도내 91개 응급의료기관과 응급의료시설, 종합병원 응급실 등에 24시간 응급환자 진료가 가능하도록 비상 진료체계를 마련했다.

또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352곳에 평일 진료 시간을 확대하고 주말·공휴일 진료를 시행하는 등 정상 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요청했다.

이날 경기도 내 의료기관의 휴진율은 10%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한의사협회가 하루 집단휴진에 나섰던 지난 14일의 약 30%보다 줄어든 것으로 당시에는 휴가철과 겹쳐서 휴진율이 이날보다 높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정확한 파업 참여율은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밝힐 수 없다"며 "비상 진료체계를 유지해 의료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