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공포는 세계 증시에 그다지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 S&P 500 지수는 25일(현지시간) 전날보다 0.36% 상승한 3443.62, 나스닥지수는 0.76% 오른 11,466.47로 마감하며 사상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습니다. 전세계 언론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위험이 가장 큰 나라로 주목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증시는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3거래일 연속 상승했습니다. 코로나19의 재확산과 투자심리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낙관론자 제레미 시겔 "코로나19는 단기 악재일 뿐, 백신 더 늦어도 별 영향 없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제레미 시겔 교수는 25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설사 올 가을에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더라도 미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시겔 교수가 낙관론자라는 점을 감안하고 판단해야 합니다. 지난 6월 말 그는 다우지수가 3만선을 돌파(25일 종가는 28,248.44)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을 정도로 앞날을 아름답게 보는 편입니다.

시겔 교수가 코로나 재확산과 증시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예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레미 시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
자료: 와튼스쿨 홈페이지
제레미 시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 자료: 와튼스쿨 홈페이지
증시는 먼 미래의 기대치까지 반영하기 때문에, 코로나 재확산이라는 ‘단기’ 악재에 크게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유동성 공급도 호재입니다. 그는 “(코로나 재확산이라는) 단기 악재를 맞으면 잠시 쉬어가긴 하겠지만, 장기 모멘텀을 훼손할 수는 없다”며 조정이 있더라도 “3월 저점 수준까지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겔 교수는 코로나 백신이 늦게 나온다고 해도 대세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기술주의 추가 상승 여력에 대해서는 내년 미국 전역이 셧다운(봉쇄)에서 벗어났다는 가정 아래 “기술주와 순환주가 모두 상승하겠지만, 순환주의 오름폭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로 가치를 증명한 기술주가 상승을 이어가되, 그동안 소외당했던 순환주 투자수익률이 기술주를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더라도 그 기세가 어떨지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최근 영국 등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급증하고 있지만, 사망자나 입원자 수는 올 상반기 최악의 시기보다는 적습니다. 올 상반기에는 바이러스에 취약한 노인들이 많이 감염되면서 사망률도 높았지만, 최근에는 청년층 감염률이 높아지면서 코로나19로 사망에까지 이르는 경우가 많이 줄어든 영향도 있기는 합니다.

투자심리 악화 지표인 공매도 역시 잠잠하지만, 관건은 다시 Fed

증시가 조정을 앞두고 있다는 우려가 일 때 고개를 드는 공매도 역시 잠잠합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미 S&P 500 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공매도율(시가총액 대비 공매도액)은 이달 초 1.8%를 기록했습니다. 골드만삭스가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4년 이후 15년 동안 최저치입니다. 15년간 평균 공매도율은 2.4%였습니다. 특히 최근 상승장을 주도한 기술기업과 헬스 섹터 기업의 공매도율은 극히 낮다고 합니다. 올해 테슬라, 애플 등의 주가 하락에 ‘숏베팅’한 투자자들이 워낙 어마어마한 손실을 보았다 보니 선뜻 공매도 투자에 손이 가지 않기도 하겠습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앞으로 장이 하락해 공매도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 확실시된다면 굳이 공매도 투자를 안 할 이유도 없기는 합니다.
미국 S&P 500 지수 편입기업을 대상으로 한 공매도율 하락
자료: 골드만삭스, 파이낸셜타임스
미국 S&P 500 지수 편입기업을 대상으로 한 공매도율 하락 자료: 골드만삭스, 파이낸셜타임스
하지만 여전히 실물경제와 증시의 디커플링을 걱정하는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합리적인 고민이기도 합니다. 다시 시장은 유동성 여탈권을 쥔 Fed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오는 27일부터 이틀 동안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입’이 관건이라는 전망입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