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기시다 "부계 계승의 무게감"…부정적 태도·신중론
유권자 반응 주목…여론조사서는 모계 계승·여왕에 열린 태도
차기 총리 경쟁 앞두고 '모계 일왕' 화두 던진 이단아 고노
일본의 차기 총리를 노리는 주자인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은 모계 일왕을 인정하는 방안을 화두로 던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건강 이상설이 확산해 차기 총리 경쟁이 가속한 가운데 왕위 계승 문제가 총리 경쟁에 영향을 주는 이슈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고노 방위상은 아버지로부터 왕실 혈통을 물려받은 남성인 이른바 '남계남자'(男系男子)만 왕위를 계승하도록 정한 현행 시스템의 취약함을 지적하며 모계(母系) 일왕을 인정할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뜻을 최근 거듭 밝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고노 방위상은 현재의 왕실에서 "부계(父系)를 유지해 가는 것은 꽤 리스크가 있다.

만일의 경우 어떻게 할지 국민의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25일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차기 총리 경쟁 앞두고 '모계 일왕' 화두 던진 이단아 고노
그는 현재와 같은 부계 계승의 원칙이 유지되기를 강하게 기대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이를 충족하는 인물이 사실상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조카인 히사히토(悠仁·만13세)뿐이라는 점을 지적하고서 이런 견해를 밝혔다.

고노 방위상은 일본 헌법 1조가 "국민의 총의에 토대를 둔다"고 일왕의 지위를 규정한 것을 거론하며 "되도록 빨리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왕위 계승을 규정한 법률인 '황실전범'은 남계남자만 일왕이 될 수 있게 규정해 모계 계승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차기 총리 경쟁 앞두고 '모계 일왕' 화두 던진 이단아 고노
하지만 현재 왕실에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인물이 별로 없다.

왕위 계승 서열 1위는 나루히토 일왕의 동생인 후미히토(文仁·만 54세) 왕세제이며 2위는 그의 아들 히사히토다.

미성년 중 왕위 계승이 가능한 인물은 현재 히사히토 1명뿐이라서 부계 계승을 고수하다 왕실의 대가 끊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차기 총리 경쟁 앞두고 '모계 일왕' 화두 던진 이단아 고노
고노 방위상은 이달 23일 인터넷 방송에서도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딸인 아이코(愛子) 공주가 장래에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를 일왕으로 받아들이는 방안도 있다며 결혼한 여성을 왕실에 남기고 모계 일왕을 인정하는 방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25일 비슷한 견해를 재차 피력해 논의를 촉구한 셈이다.

고노 방위상의 그간 행보에 비춰보면 각료로서의 역할과 무관한 왕위 계승을 공식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것은 일본 유권자들이 일왕에 대해 지니는 특별한 감정을 의식한 전략적 행동으로 보인다.

차기 총리 경쟁 앞두고 '모계 일왕' 화두 던진 이단아 고노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사과한 고노 담화를 발표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중의원 의장의 장남인 고노 방위상은 일본 정계의 이단아로도 꼽힌다.

그는 간 경변을 앓는 부친을 위해 자신의 간 일부를 떼어줬고 과거에 한국어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등 한국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던 인물이다.

차기 총리 경쟁 앞두고 '모계 일왕' 화두 던진 이단아 고노
원전 제로 의원 모임에서 활동했으나 2015년 아베 정권에서 행정개역담당상에 임명되자 원전 재가동을 비판한 자신의 블로그 글을 비공개 처리했다.

외무상이 된 후에는 징용 문제를 놓고 한국 비판에 앞장섰고 최근에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 체계인 '이지스 어쇼어' 계획 취소를 끌어내 주목받았다.

이로 인해 방위 당국과 관련 정책을 다루는 자민당 의원들을 경악하게 했으나 돌출 작전으로 고노의 인기는 급상승했다.

다른 주자는 고노 방위상과 달리 모계 일왕 논의에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차기 총리 경쟁 앞두고 '모계 일왕' 화두 던진 이단아 고노
역시 차기 총리 주자 중 한 명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5일 기자회견에서 "부계 계승이 예로부터 예외 없이 유지된 무게 등을 감안해 신중하고 정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여러 사고방식이나 의견이 있어 국민 여러분의 합의를 얻기 위해서는 충분한 분석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차기 총리 주자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은 부계 일왕을 유지해 온 "역사와 무게를 강하게 느낀다.

무겁게 받아들여 생각하고 싶다"고 전날 회견에서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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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권자들은 모계 계승이나 여왕에 대해 상대적으로 열린 태도를 보인다.

공영방송 NHK가 작년 9월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는 여성이 일왕이 되는 것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74%, 모계 일왕을 인정하는 것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71%에 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