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내수 충격이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주(17~23일) 소상공인 매출이 넉달만에 최대폭 감소했다. 음식·숙박업 매출 감소율은 20%를 넘는다. 고속철도(KTX)와 고속도로 이용도 크게 위축됐다.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꺾이지 않으면 경기 하락이 더 심해지는 만큼 이번주 확산세 잡기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피해가 큰 자영업자·영세업체 근로자 등에 대한 소득·금융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코로나 재확산에 숙박·음식업 매출 20% 넘게 급감

26일 소상공인 카드 결제 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셋째주 소상공인 매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 감소했다. 전국 66만곳 사업장 카드 매출 정보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다.

소상공인 매출 감소율은 지난달 넷째주(-11%), 이달 첫째주(-12%), 둘째주(-7%) 등 둔화하는 추세였으나 지난주 크게 악화했다. 지난주 감소폭은 코로나19 1차 유행이 한창이던 4월 6~12일(-16%) 이후 약 넉달만에 가장 컸다. 코로나19 재확산과 이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여파로 풀이된다. 시민들이 집 안에 머무르면서 대면서비스를 많이 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직격탄이 된 것이다.

업종별로는 숙박 등 여행(-25%), 음식점(-22%), 문화·예술(-27%) 분야 소상공인 매출이 많이 떨어졌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회식이나 여행을 취소한 사람들이 늘어서다. 서울 동작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지난주부터 저녁엔 손님이 거의 없다시피하다"며 "매출이 3월 수준으로 줄었다"고 호소했다.

마트가 포함된 가정·생활 부문은 -7%로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집콕(집에 콕 박혀있는 것)' 생활이 늘면서 식자재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가정·생활 부문에 포함된 노래방, PC방 등은 경영난이 심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 16일부터 노래방, 클럽, PC방, 300인 이상 대형학원 등 12종의 고위험시설에 대해 영업 중단을 강제했기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노래방 영업주는 "가게를 닫으라고 하고 아무런 보상을 안해주면 생계를 어떻게 이어가란 얘기냐"고 했다.

지역별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는 서울(-25%)과 경기도(-17%)의 매출 감소율이 1위, 2위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은 이달 둘째주(-7%)보다 감소폭이 세 배 이상으로 커졌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이달 셋째주(17~23일) 전체 카드(신용·체크) 승인액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증가율은 둘째주 5%대에서 지난주 1%대로 쪼그라든 것으로 집계됐다.

"자영업자·영세업체 지원 강화해야"

감염병 확산에 취약한 영화관, 놀이공원 등도 타격이 크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주말(22~23일) 영화 관람객 수는 37만468명에 그쳤다. 이 기간 상영된 영화가 약 100편이었으니 영화 하나당 관람객이 3700명밖에 안 된다. 이는 전주 주말(15~16일) 125만3391명보다 70.4% 급감한 수치이기도 하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3~4월 전년 대비 입장객이 90% 이상 감소했다가 지난달 감소폭이 60~70% 정도로 줄었는데, 지난주부터 다시 90% 선으로 나빠졌다"고 말했다. 서울랜드와 캐리비언배이는 방문객 가운데 확진자가 나와 지난주 3~4일씩 휴장을 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이동도 확 줄었다. 지난주말 KTX 이용객은 16만1891명으로, 전주보다 47.7% 감소했다. 고속도로 통행량은 이달 첫째주 말 736만대에서 둘째주 말 951만대로 늘었다가 지난주말엔 783만대로 떨어졌다. 전주 대비 17.7% 감소다. 정부 관계자는 "감염병 확산 때는 대중교통 이용은 줄고 자가용 이용은 늘어난다"며 "고속도로 통행마저 줄었다는 건 여행을 취소하는 등 이동 자체를 줄였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주, 다음주까지 코로나19 확산세를 잡지 못하면 경기 침체가 더 깊어지고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방역 대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영업자, 소상공인, 영세업체 근로자 등에 지원을 연장·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자영업자·특수고용근로자 등에게 생계 안정 목적으로 150만원씩 지급하는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은 이미 신청이 마감됐다. 114만명분 예산을 책정했는데 신청자가 176만명에 이르렀다. 이 사업은 지난 3~4월 소득이 감소한 자영업자 등을 지원하는데,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3분기 소득 감소에 따른 지원을 새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소상공인 대출 지원 프로그램은 아직 자금 여유가 있는 편이다. 1, 2차 프로그램 합쳐 26조4000억원이 지원 목표인데, 지난 19일 기준 실적은 14조5000억원이다. 하지만 현재 주로 실시하는 2차 프로그램은 금리가 연 3%대로 높은 점은 문제로 거론된다. 경영난이 심각한 소상공인은 지원받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1차 프로그램(연 1.5%) 때처럼 초저금리 혜택을 되살리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기 하락이 심해지면 영세업체·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직장 근로자도 타격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유급·무급 휴직이 늘고 희망퇴직이 확산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직장 근로자 대상 지원 사업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무급 휴직자를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사업이 대표적이다. 지원 기업의 90% 이상이 '일반업종' 사업장인데, 일반업종은 다음달부터 순차적으로 지원이 끊긴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