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0 OECD 한국 경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OECD는 한국이 다른 회원국들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을 적게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차 코로나 감염 사태가 없으면 -0.8%, 2차 코로나 감염 사태가 일어날 경우엔 -2.0%로 예측했다.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세계가 사상 초유의 곤경을 겪는 상황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 하락이 다른 나라보다 더 작을 것이라는 전망에 정부가 고무돼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과연 건실한지 실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총생산(GDP)은 지출 측면에서 민간소비, 민간국내총투자, 정부지출, 순수출을 더해서 산출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7년 3분기부터 2020년 2분기까지 평균 GDP 증가율은 2.09%다. 그러나 정부지출(정부의 소비·투자 지출 포함)을 제외한 민간 부문의 GDP로 계산할 때 평균 성장률은 1.01%에 불과하다.

GDP 증가율과 민간 부문 GDP 증가율 간 괴리는 올해 특히 심하다. 올 1분기와 2분기의 전년 동기 대비 GDP 증가율은 각각 1.37%, -2.90%였지만, 민간 부문 증가율은 각각 -1.20%, -5.30%였다. 이는 민간경제가 크게 위축되고 있으며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 성장률을 끌어올렸음을 보여준다.

경제가 성장하고 건실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부가 많이 창출돼야 한다. 부를 창출하는 주체는 민간이다. 국가 경제의 건실성과 성장성은 민간 부문의 생산활동이 얼마나 활발한지에 달려 있다. 정부지출을 포함한 GDP로는 실질적인 부가 창출된 것인지 알 수 없다. 정부지출을 늘리면 GDP가 증가해 경제가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정부지출 자금이 민간의 경제활동에서 전용된 것이어서다.

더 큰 문제는 정부지출이 늘수록 민간의 부 창출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각자 선호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희소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려고 한다. 생산자는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이윤을 얻고 그러지 못하면 손실을 보며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그래서 생산자는 소비자를 가장 잘 만족시키는 제품을 생산하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부가 창출된다. 이와 달리 정부는 이윤과 손실이라는 제약을 받지 않는다. 정부 수입의 원천은 이윤이 아니라 조세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조세를 이용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으로부터 자원을 걷어다가 주로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한다. 그런 정부의 지출행위는 자원의 비효율적 사용을 초래한다. 그래서 정부의 지출행위가 많아질수록 경제는 쇠퇴하게 된다.

정부지출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는 한국판 뉴딜로 공공·청년 일자리 50만 개를 직접 창출하겠다는 정책에서 드러난다.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모집공고를 내는 일자리에는 ‘새똥 치우는 일자리’, 개·고양이의 용변 처리를 감시하는 ‘펫티켓 준수 도우미’, 도서관에서 떠드는 사람을 제지하는 ‘열람실 지킴이’ 등이 포함돼 있다. 민간이 쓸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을 가져다 저질의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1930년대 대공황 때 미국에서도 똑같이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공공건물의 새 쫓는 일자리’ ‘바람에 날리는 풀더미 줍는 일자리’ 등이 생겨났다.

대공황으로부터 미국 경제를 본격적으로 회복시킨 것은 프랭클린 루스벨트에 이은 해리 트루먼 정부의 민간투자 활성화 정책이었다. 민간 부문의 역동성을 살리지 않고 정부지출을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리면 통계적 수치에 위안을 얻을지는 몰라도 실제론 불황에서 탈출하기 어렵다. 물론 지금의 경기 부진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현상이긴 하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약화돼 경제가 내리막길을 걸어온 것은 코로나19 탓이 아니라 잘못된 정부 정책에 있다.

지금의 경기 부진에서 벗어나고 경제가 건실하게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민간 부문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민간 부문의 활동을 옥죄는 수많은 규제를 완화해야 하고 소득세와 법인세, 각종 부동산세를 줄여 민간 부문이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를 핑계로 정부가 계속 지출을 늘리면 나라 형편만 악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