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러 일치된 비판 목소리…현지 우리 교민 18명 안전
[샵샵 아프리카] 국제사회, 말리 쿠데타로 모처럼 단결
미중 갈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둘러싼 국수주의 발흥 등 분열된 국제사회가 아프리카 말리 쿠데타 사태를 계기로 모처럼 일치된 목소리를 냈다.

지난 18일 말리에서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켜 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타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부를 구금한 가운데 대통령 사임 발표까지 이어졌다.

그러자 각국에서 비난 성명과 함께 지도부 석방과 헌정 복귀를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은 말리를 포함한 사헬지역 담당 특사가 트위터로 비헌법적 정권교체에 반대의 목소리를 낸 데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19일 "우리는 어떤 형태의 강압적 권력장악도 규탄하듯 18일의 말리 반란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중국도 19일 외교부 자오리젠(趙立堅) 대변인이 무력에 의한 정권 교체를 반대한다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기술분쟁 등 패권경쟁에다 홍콩 문제로 날 선 대립을 하고 아프리카에서도 세력 확대를 놓고 경쟁적 관계에 있지만, 말리 사태에 있어서만큼은 사실상 일치된 목소리를 낸 셈이다.

러시아도 사태 초기부터 외교차관이 말리 대통령의 구금 사실을 확인하면서 발빠른 정보력을 과시했다.

이어 말리 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러시아가 최근 벨라루스 대선 결과 논란을 놓고 유럽연합(EU) 등 외부세계의 간섭이 있어선 안 된다면서 선을 긋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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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견의 일치 탓인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쿠데타 발생 이튿날 열린 긴급회의에서 말리 군사반란을 규탄하고 구금 중인 케이타 대통령과 총리 등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과거 말리의 식민종주국인 프랑스도 외교부의 쿠데타 규탄에 이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트윗으로 프랑스군이 개입한 말리 내 대테러 작전과 민주주의 수호는 나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말리를 포함한 지역블록인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에 이어 아프리카 전체 55개 나라가 회원인 아프리카연합(AU)도 강도높게 쿠데타를 비판하고 말리의 회원 자격을 정지시키는 한편 경제제재에 들어갔다.

유럽연합(EU)의 27개 회원국 정상회의도 국제사회의 규탄 행렬에 동참했다.

이러한 국제사회 지도자들의 단합된 목소리는 최근 상황에 비쳐보면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아프리카에서 더이상 구태의연한 쿠데타가 되풀이돼서는 안된다는 국제적 합의를 넘어서 실질적 이해관계가 걸려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엔은 말리에 파견한 1만5천명의 평화유지군을 위해 해마다 12억 달러(약 1조4천억원)를 쓴다.

무엇보다 이슬람 극단주의와 싸움에서 말리의 지정학적 중요성으로 인해 사헬지역에서 대량 난민이 발생해 유럽까지 떠밀려 오고 정치적 불안정이 사하라사막 이남에서 확산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말리 내에선 분위기가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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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말리 내 우리 교민 18명의 안전은 현재 이상이 없는 것으로 말리를 겸임하는 주세네갈 한국대사관이 파악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자리를 지키는 교민 대부분은 선교사이거나 현지에서 오래 사업을 하는 경우다.

말리에서 13년째 생활하고 있는 한 교민은 2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시내 군데군데 군인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언제 쿠데타가 벌어졌는가 싶게 수도 바마코는 조용한 분위기"라면서 "2012년 쿠데타 때는 군인들이 국영방송사 ORTM에 난입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그렇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말리는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지금까지 4번의 쿠데타가 일어났다.

익명을 요구한 이 교민은 쿠데타 과정에서 반란군과 정부군의 총격전이 거의 없었고, 21일 열리는 야권의 대규모 시위도 대체로 쿠데타를 지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말리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이슬람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들의 테러가 간혹 있었지만 바깥에 알려진 것과 달리 강·절도 등 일상 치안은 오히려 남아프리카공화국보다 좋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결국 쿠데타를 놓고 국제사회와 말리 내부 사이에 현격한 시각차가 있는 가운데 말리 군사정부가 두루뭉술하게 약속한 민정이양의 신속한 이행은 말리 국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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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