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중심 형성 방해→B세포의 장기 면역 기억 차단
하버드 의대 연구진, 저널 '셀'에 논문
코로나19 항체 형성, 사이토카인 폭풍이 막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한 번 걸렸다가 회복돼도 장기 면역이 생기지 않는다.

앓고 나서 항체가 생겨도 대부분 얼마 지나지 않아 기능이 떨어진다.

길어야 3개월이면 항체가 풀린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국 하버드 의대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연구진이 마침내 그 이유를 밝혀냈다.

질 좋은 항체 형성에 꼭 필요한 '배<胚> 중심(germinal centers)' 구조가 림프절과 지라에 생기지 않기 때문이었다.

작은 림프구가 밀집한 림프소절이 항원을 포착하면 그 중심부에 둥글게 밝은 영역이 생기는데 이를 배중심이라고 한다.

바이러스나 세균이 감염했을 때 항체를 만드는 B세포는 바로 이 배중심에서 장기 '면역 기억'을 가진 성숙 세포로 자란다.

그런데 배중심의 형성을 방해하는 게 바로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 자주 나타나는 '사이토카인 폭풍'이었다.

결국 과도한 사이토카인이 건강한 항체 형성까지 막는 것이다.

이 연구를 주도한 하버드 의대의 시브 필라이 교수팀은 21일 저널 '셀(Cell)'에 관련 논문을 공개했다.

코로나19 항체 형성, 사이토카인 폭풍이 막는다
B세포는 배중심에서 성숙해야 침입한 병원체를 평생 기억한다.

나중에 같은 병원체가 다시 감염했을 때 신속하게 최적의 항체를 생성하려면 이 장기 면역 기억이 필요하다.

배중심이 만들어지는 데는 '도움 T세포'의 지원도 따라야 한다.

그런데 코로나19 환자는, 배중심 형성에 관여하는 도움 T세포가 발달하지 않는다는 걸 연구팀은 확인했다.

실제로 중증 코로나19 환자는 배중심 자체가 발견되지 않았다.

필라이 교수팀은 앞서 감염 질환을 가진 생쥐 실험에서, 사이토카인의 일종인 TNF 수위가 높으면 도움 T세포와 배중심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아냈다.

중증 코로나19 환자는, 배중심이 형성돼야 할 부위에서 다량의 TNF가 관찰됐다.

코로나19 환자에게 배중심이 생기지 않는 건 집단면역의 발생에도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집단면역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필라이 교수는 "배중심이 형성되지 않으면 해당 바이러스를 오래 기억하지 못해 항체가 생기더라도 효과는 단기간에 그친다"라면서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한 뒤 6개월쯤 있다가 다시 걸리거나, 심지어 여러 차례 반복해 걸리는 일이 생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효과적인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된다면 배중심은 분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연구팀은 말한다.

백신은 사이토카인 폭풍을 유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