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코로나 검사' 직원들 폭염속 격무…"일도 힘든데 욕설·폭언까지 견뎌야"
"혹시 나도?" 불안감에 보건소로…광화문집회 후 검사 급증
20일 오후 2시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강남구보건소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의 대기 번호는 '334'였다.

이날 오전 9시부터 334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이곳을 다녀갔다는 뜻이다.

청소년, 직장인, 노인 등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시민들이 쉴 새 없이 검사 대기줄을 채웠다.

온몸을 덮는 방호복을 입고 마스크와 페이스쉴드를 착용한 보건소 직원들은 연신 땀방울을 닦아내면서 검사 절차를 안내했다.

직원들은 시민들에게 거리를 두고 줄을 서도록 했다.

한 남성이 연신 기침을 하면서 마스크를 만지작거리자 주변에서 대기하던 사람들이 한 발짝을 더 띄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는 인원은 이달 초 하루 150명 내외였다가 15일 351명으로 는 데 이어 18일 520명, 19일 508명으로 급증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광복절 전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 며칠 간은 겹겹이 줄을 서야 할 정도로 검사를 받는 인원이 늘었다"면서 "직원들이 3, 4교대를 해 가며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혹시 나도?" 불안감에 보건소로…광화문집회 후 검사 급증
강남구 역삼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33)씨는 "내가 사는 빌라에 오늘 아침 확진자가 나왔다고 해서 검사를 받으러 왔다.

확진자와 직접 접촉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서모(28·강남구 압구정동)씨는 "영업직으로 일하고 있어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데, 내일부터 재택근무를 하게 돼서 그 전에 검사를 받기로 했다"며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사람을 만난 것은 아니지만 혹시 모르니 걱정이 되긴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대문구 연희동 서대문구보건소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는 오후 검사 시간인 오후 1시가 되기 전부터 주민들이 입구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에 선별진료소를 찾았다가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번호표를 받고 다시 돌아온 시민들이 대부분이었다.

방역복 차림의 관계자들은 "2m씩 거리를 유지하라"며 시민들의 간격을 띄웠다.

서대문구 홍제동에 사는 황모(70)씨는 "올해 초부터 될 수 있으면 외출을 안 하고 있지만, 나이가 있다 보니 걱정이 돼 선별진료소에 왔다"며 "정오 가까운 시각에 왔더니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서 검사를 받지 못했다"며 번호표를 보여주었다.

대학생 이모(22) 씨도 "지난 연휴에 외출을 자주 했는데 광화문 근처에는 안 갔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왔다"며 "어제 사랑제일교회 확진자가 신촌 커피숍에서 붙잡혔다는 뉴스를 듣고 불안했다"고 전했다.

선별진료소로 들어가는 골목길 한쪽에 길게 늘어선 줄은 번호표를 받은 주민들이 다 들어간 뒤에도 나중에 온 주민들이 몰리며 보건소 정문 앞 큰길까지 이어졌다.

진료소 관계자는 "오늘 오전에만 해도 150명 정도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며 "광화문 집회 이후 검사를 받으러 오는 사람이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혹시 나도?" 불안감에 보건소로…광화문집회 후 검사 급증
성북구 하월곡동 성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도 긴장된 분위기 속에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정오부터 1시 사이에도 꾸준히 대기 인원이 10명이 넘었다.

직원들은 점심시간에 따로 휴식을 취하지 않고 교대로 식사한 뒤 계속 검사 절차를 진행했다.

더위를 이겨내려 등에 얼음팩을 매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6살 아들과 검사를 받으러 온 김모(46)씨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사랑제일교회가 있는) 장위동에 살지는 않지만, 성북구에서 확진자가 많이 생겨서 걱정된다"면서 "만약에 확진이 돼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아들을 어떻게 돌봐야 하나 싶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보건소 관계자는 "너무나 검사자가 많아 업무 마비 상태"라며 "하루 검사 건수가 300건 정도 되는데, 사랑제일교회 감염이 시작된 직후로 계속 많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직원 중에 아무도 휴가를 간 사람이 없다.

다들 새벽에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한다"며 "역학조사 자체도 어렵지만, 그렇지 않아도 힘든 직원들이 이유 없이 욕설과 폭언을 들으며 감정노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더욱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