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믹 메디슨' 강화에 매진
"단기 성과 치우친 지원은 무의미
法에 명시된 장기 보건의료발전계획 짜야"
한희철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고려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초의학을 강화하지 않고는 절대 노벨의학상 수상자가 나올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KAMC는 국내 의학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전국 모든 의과대학이 모여 1984년 설립한 단체다. 지금도 전국 40개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이 모두 참여하고 있는 만큼 KAMC 이사장은 국내 의대를 대표하며 의학 교육의 미래를 이끄는 자리다. 지난 4년간 5, 6대 KAMC 이사장을 맡은 그는 최근 7대 이사장에 선출되며 3연임에 성공했다.
다음달 새롭게 2년 임기를 시작하는 한 이사장은 “지난 임기 동안 ‘아카데믹 메디슨(연구 중심 의학)’ 강화 방안을 구상해 실천해왔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며 “앞으로 2년간 아카데믹 메디슨 문화 정착을 이끄는 ‘실질적 단체’를 구성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실질적 단체란 국내 의학계를 대표하는 대한의학회, 의학 교육을 대표하는 KAMC 및 대한수련병원협의회 등 3개 기관이 연합한 단체다. 대학생 때부터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기초의학 연구·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선 이들 3개 단체가 긴밀하게 교류해야 한다는 게 한 이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지난해 이들 3개 단체가 모인 첫 공동 학술대회를 열기도 했다. 앞으로는 학술대회를 넘어 3개 단체가 하나 된 힘으로 아카데믹 메디슨 문화 정착에 나서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한 이사장은 “의학을 크게 둘로 분류하면 환자를 돌보는 임상의학과 원천기술을 연구하는 기초의학으로 나뉘는데, 한국은 기초의학에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10년간 의대 정원 4000명을 늘리면서 500명을 기초의학자로 키우겠다고 발표했지만, 단기 성과물에 집착하는 연구비 지원 행태를 바꾸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장기 비전을 고민하지 않는 정부의 보건행정에도 쓴소리를 했다. 2000년 제정된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르면 정부는 5년마다 장기 의료보건 비전과 정책을 담은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짜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20년간 단 한 번도 보건의료발전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한 이사장은 “보건의료발전계획을 미리 마련했다면 정원 확대 방침에 대한 의사들의 반발이 지금처럼 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