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1형(소아) 당뇨병과도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영국 임피어리얼 칼리지 런던(ICL)의 카렌 로간 면역학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확산이 절정으로 치닫던 시기에 공교롭게도 1형 당뇨병 발병률이 2배 가까이 치솟았다면서 이 같은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로이터 통신과 영국의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이 18일 보도했다.

영국에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3월 23일에서 6월 4일 사이에 국민 보건 서비스(NHS: National Health Service) 산하 4개 병원에서 30명의 아이가 새로 1형 당뇨병 진단을 받았으며 이는 평소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진단율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 중 2개 병원에서는 평소 같으면 2~4명 정도가 1형 당뇨병 진단을 받았을 터인데 이 기간에는 각각 10명씩의 환자가 발생했다.

새로 1형 당뇨병으로 진단된 30명 중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아이는 5명뿐이었지만 다른 아이들은 코로나19 감염이 발견되지 않고 지나쳤을 수도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한 때 코로나19 환자 최고를 기록했던 중국과 이탈리아에서도 갑자기 1형 당뇨병 환자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이것만 가지고 코로나19가 1형 당뇨병의 원인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코로나19와 1형 당뇨병 사이에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로 들어가는 데 사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의 베타 세포를 공격, 파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은 숙주 세포의 출입구인 안지오텐신 전환효소-2(ACE-2)와 결합해 숙주 세포 속으로 침투하는데 베타 세포와 같은 췌장의 내분비 세포들도 활성도가 높은 ACE-2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연구팀은 근거로 제시했다.

이 연구 결과에 대해 킹스 칼리지 런던(KCL)의 프란체스코 루비노 대사 외과학 교수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췌장, 비만 조직, 간(肝), 위장관 같은 중요한 대사 기관(metabolic organ)에 많이 분포돼 있는 ACE-2 수용체와 결합할 수 있는 만큼 가능성이 있는 얘기라고 논평했다.

그러나 이스트 앵글리아대학의 폴 헌터 미생물학 교수는 코로나19 확산과 1형 당뇨병 발병률 증가는 우연의 일치일 수 있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부모들은 혹시 아이들이 피로, 탈수, 잦은 소변, 체중 감소 등 1형 당뇨병의 전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권했다.

당뇨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형(성인) 당뇨병은 인슐린 생산이 부족하거나 세포가 인슐린을 활용하는 기능이 떨어져 발생하지만 1형 당뇨병은 이와는 달리 면역체계가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의 베타 세포를 공격, 인슐린이 아주 적게 혹은 거의 생산되지 않아 발생하는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이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당뇨병학회(American Diabetes Association) 학술지 '당뇨병 치료'(Diabetes Care)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