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 휴가철 선친 묘소 참배 및 별장 방문 안 해
고이케 '광역단체 밖 여행 자제' 호소가 영향 줬을 수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국의 추석 명절이자 여름 휴가 시즌에 해당하는 '오봉야스미'(お盆休み) 기간에 별장 휴가를 가지 않았다.

올해 오봉야스미는 지난 8일 시작돼 16일 끝났다.

아베 총리는 매년 여름 '오봉야스미'에 자신의 지역구이자 선친 묘소가 있는 야마구치(山口)현을 방문해 성묘한 뒤 후지(富士)산 자락에 있는 야마나시(山梨)현의 별장으로 가 휴가를 보냈다.

17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오봉야스미인 지난 12~14일은 오전을 사저에서 보내고 오후에는 관저로 나가 회의에 참석하는 등 업무를 봤다.

또 15일에는 태평양전쟁 종전(패전) 75주년 전몰자 추도식에 참석한 뒤 사저로 돌아가 주말 내내를 보냈다.
고이케 지사 눈치 보여서?…아베, 도쿄 밖 별장 휴가 취소
아베 총리는 해마다 오봉야스미에 맞춰 야마나시현 나루사와무라(鳴澤村)의 별장에서 최측근들과 어울리며 함께 식사하고 골프를 즐기는 방식으로 휴가를 보냈다.

이 시기 별장 휴가는 통상 9월에 단행하는 자민당 지도부 인사와 내각 개편 등 향후 정국 운영 방안을 구상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의미가 있었다는 것이 일본 언론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별장 휴가를 강행할지에 이목이 쏠렸지만 결국 집에서 쉬는 '스테이 홈' 카드를 선택했다.

이와 관련, 요미우리신문은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都) 지사를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요미우리는 아베 총리가 올해 오봉 기간에 야마구치 성묘 계획도 접었다면서 다른 광역지역으로 향하는 귀성 여행을 자제해 달라는 고이케 지사의 호소가 아베 총리의 별장 휴가 취소에도 영향을 줬다고 전했다.
고이케 지사 눈치 보여서?…아베, 도쿄 밖 별장 휴가 취소
지난 7월 재선에 성공한 고이케 지사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단계부터 외출 자제를 의미하는 '스테이 홈' 구호를 주창하며 경제적 타격을 우려해 적극적인 이동 규제 정책을 펴길 꺼리는 아베 총리와 물밑 신경전을 벌여왔다.

특히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맞은 이번 오봉 연휴를 앞두고 아베 총리는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단체) 경계를 넘는 귀성이나 이동 자제를 일률적으로 요청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이케 지사는 공식적으로 도도부현 경계를 넘는 귀성이나 여행 자제를 호소하는 등 코로나19 대응을 놓고 아베 총리와 확연하게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도쿄도를 벗어나 야마나시현으로 별장 휴가를 떠났다면 '도쿄 주민'이기도 한 아베 총리는 지자체장인 고이케 지사의 공개 요청을 무시하는 모양새가 되어 또 다른 비난 여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한편 집권 자민당 등 일각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한 부실 대응으로 온갖 비난 세례를 받아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아베 총리에게 기력을 회복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동정론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최근 건강 이상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 7월 관저 내 집무실에서 토혈(吐血)하고 건강 상태의 지표가 되는 걸음걸이도 최근 눈에 띄게 느려졌다는 주간지 등의 보도가 나왔다.
고이케 지사 눈치 보여서?…아베, 도쿄 밖 별장 휴가 취소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자민당 세제조사회장은 16일 민영 후지TV의 한 프로그램에서 아베 총리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제대로 쉬지 못하고 연일 일하는 점을 거론하면서 "책임감이 강해 본인이 쉬는 것을 죄라고까지 생각하고 있다.

며칠이라도 좋으니 강제로 쉬게 해야 한다"고 동정론을 폈다.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 내에서 당 총재인 아베 총리에게 "기운이 없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면서 이번 주 이후로 기회를 보아 주변 권유에 따라 며칠 휴양(休養)을 취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