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자란 '어른이'들 성장하는 과정 보여주고 싶었다"
PD "아픔 이야기하지만 유머 잃지 않으려 노력"
'사이코지만 괜찮아' 작가 "누구나 다 안 괜찮은 시대"
"기획부터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을 누가 하는 거지'라는 의문이 있었어요.

'다수'가 '정상'이 되는 건 폭력이 되는 시대가 아닐까요.

"
정신질환에 대한 성의 있는 접근으로 호평받은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조용 작가는 17일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잔혹 동화' 콘셉트의 연출로 극의 느낌을 한껏 쓸어올린 박신우 PD도 "타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로 접근했다"고 했다.

이하 두 사람과의 문답.
- 정신적 아픔을 그린 작품은 이전에도 꽤 있었지만 주로 치료자의 입장에서 다룬 경우가 많았다.

그런 측면에서 이 작품이 차별화된 지점은.
▲ (조용 작가, 이하 조) 이 드라마는 환자복을 입은 그들에게 오히려 위안을 받으며 성장 동력을 발견한다.

위로는 환자복을 입고 안 입고가 아니라 자기가 아프다는 걸 아는 자와 모르는 자 간에 주고받는 게 아닐까.

기획부터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을 누가 하는 거지'라는 의문이 있었다.

이제 '다수'가 '정상'이 되는 건 폭력이 되는 시대. 누구나 '안 괜찮기 때문에' 서로 의지하며 살아야 한다.

▲ (박신우 PD, 이하 박) 타인이 아닌 우리의 문제로 접근했고 바라보는 입장이 아닌 시선을 받는 입장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이야기다.

아픔과 상처를 이야기하지만, 유머를 잃지 않았다.

- 아동학대, 가정폭력, 전쟁 트라우마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뤘다.

표현할 때 어떤 점에 중점을 뒀나.

▲ (조) 부모는 아이를 버리고 때리는데 피해 아동들은 그 와중에도 자기 부모를 보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쩔 수 없는 현실이구나' 싶었다.

문영(서예지 분)도 마찬가지였다.

학대받아 덜 자란 '어른이'들이 얼마나 부모의 사랑을 갈망했는지,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에피소드들은 취재보다는 자료를 토대로 상상해서 살을 붙였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작가 "누구나 다 안 괜찮은 시대"
- 문영은 기존에 찾아볼 수 없었던 여성 캐릭터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시청자도 지지하는 쪽과 불편하다는 쪽으로 나뉘었다.

▲ (조) 문영은 사랑과 보호를 받지 못해 성장이 멈춘 인물이다.

그래서 남을 위한 배려가 무엇인지 호감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도 몰라 표현 방식이 무척 서툴고 일차원적이어서 남이 보기에 충분히 불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본능에 충실한 부분이 강태(김수현)의 가면을 벗게 해줬고 진짜 어른으로 성장했다.

- 김수현, 서예지, 오정세는 어떻게 캐릭터에 녹아들었나.

▲ (박) 김수현 씨는 사전에 나름의 시작과 끝을 미리 고민해두고 오는 편이었다.

남들의 실수에는 크게 개의치 않으면서 자신의 실수에는 무척 엄격했던 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서예지 씨는 현장감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느낌이었는데 연출자를 비롯해 상대 배우, 스태프의 생각에도 귀를 기울이더라. 오정세 씨는 카메라가 돌지 않는 시간에도 꾸준히 역할에 몰입하는 편이다.

늘 끝날 때까지 가장 많은 에너지를 갖고 있어서 놀라웠다.

- 수간호사 박행자(장영남)가 도희재로 밝혀지는 구성은 처음부터 기획했나.

▲ (조) 그렇다.

모두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공감하는 듯 보였지만. 알고 보면 그들을 '약자'라고 비웃고 조롱하는 이중적 캐릭터가 필요했다.

괜찮은 정신병원 곳곳에 설치된 CCTV와 원장의 예리한 눈까지 속일 정도로 영특한 악인이지만 정작 사랑의 힘 앞에선 한없이 무력한 존재였다.

약자들이 뭉치면 거대해 보였던 어둠의 그림자도 한방에도 물리칠 수 있다는 것에 중점을 뒀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작가 "누구나 다 안 괜찮은 시대"
- 주인공 셋이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도 현대적인 시선으로 담았다.

▲ (조) 강태가 가면을 벗고 진짜 자신의 자아를 찾아 '문강태는 문강태 것'이라고 형에게 눈물로 고백하기까지 형의 포용과 문영의 자극이 있었다.

또 문영이 잃어버린 감정을 되찾기까지는 강태의 굳건한 사랑과 상태(오정세)의 순수함이 버티고 있었다.

세 인물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 얽히고설킨 거대한 하나의 캐릭터가 됐다.

▲ (박)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혈연을 이유로 희생과 의무를 책임으로 여기는 집단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부모와 자식 간에도 다름을 인정해주고 또 다른 온전한 개인으로 이해해 준다면 '너는 나야'라고 말하는 도희재가 아니라. '너는 네 거 나는 내 거'라고 말하는 상태의 마음에 공감해 볼 수 있지 않을까.

- 장르와 소재 특성상 작품이 진행되면서 더 진정성과 깊이가 보였다.

초반 독특한 설정과 전개 탓에 시청자 유입이 생각보다 적었던 것 같다.

▲ (조) 대중적 흥행 코드와 거리가 먼 소재들이어서 여러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예상은 했다.

그러나 낯선 인물들이 모여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했다.

'드라마를 통해 위안을 받는다'는 반응이 늘면서 후반부를 잘 마무리했다.

▲ (박) 초반이 없다면 중반도 후반도 이어지지 않는다.

이 이야기와 같은 중반과 후반을 유지한다면 근본적으로 다른 어떤 방식의 초반이 가능할까.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 국내외 시청자 반응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 (조) 해외에서 문영의 고라니 고백 신(scene) 조회 수가 엄청났다고 들었다.

댓글들을 보고 '사랑해, 사랑한다고, 사랑한다니까? 사랑한다는데 왜 도망쳐!'라고 한 문영의 프러포즈가 외국 시청자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구나 싶었다.

▲ (박) PPL(간접광고) 차량의 브레이크 성능에 대한 반응들이 기억에 남는다.

의도치 않은 부분이었다.

(웃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