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근 30% 밖에 못 건져…5년근 이하는 헐값에도 처분 못 해"
전국 재배 면적 1위 충북 362농가 312만㎡ 수해…"지원 절실"

"7년 공들인 농사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어요.

하늘의 뜻이라지만 너무 허망하네요.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7년 농사가 한순간에 물거품" 수해로 썩어가는 인삼에 한숨
충북 증평에서 대를 이어 20년째 인삼 농사를 해온 송민식(56) 씨는 요즘 썩어들어가는 인삼을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

증평읍 남하리에 있는 그의 인삼밭 9천900㎡는 이달 초 쏟아진 집중호우에 모두 물이 잠겼다.

인삼밭 앞산에서 해일처럼 들이닥친 물줄기에 속수무책이었다.

장대비를 맞으며 증평군에서 지원한 양수기 6대를 돌렸지만 엄청나게 들이치는 빗물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폭우가 휩쓸고 지나간 인삼밭은 처참했다.

오는 10월 수확을 앞둔 6년근 인삼은 비가 그친 뒤 빠르게 썩기 시작했다.

망연자실해 손을 놓고 있을 틈도 없었다.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난 12일 40명의 인부를 고용해 부랴부랴 6년근 인삼을 캐냈다.

"7년 농사가 한순간에 물거품" 수해로 썩어가는 인삼에 한숨
4천㎏을 캐낼 것으로 예상했던 3천300㎡의 밭에서 건진 인삼은 고작 1천500㎏이었다.

계약 재배를 의뢰한 정관장이 제값을 쳐주고 수매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1억2천만원가량은 될 것으로 예상했던 판매액은 5천만원에 불과했다.

송씨는 "계약재배 농가는 그나마 낫다"며 "도매시장에서는 ㎏당 8천원으로, 정관장 납품가격의 30%에 불과한 가격에 처분한 피해 농가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인근 5년근 인삼밭 6천600㎡는 손도 못 대고 있다.

5년근은 수매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7년 농사가 한순간에 물거품" 수해로 썩어가는 인삼에 한숨
송씨는 "수확 철이 아닌 지금 나오는 인삼은 수해를 본 인삼이기 때문에 도매시장에서 헐값을 받는다"며 "인건비가 400만∼500만원 하기 때문에 캐내 팔면 인건비도 안 나오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그는 7년 전 밭을 빌려 인삼 농사를 지었다.

1년간 임대료만 650만원이다.

인삼을 심기 전에 정지 작업을 하고 땅심을 키우기 위해 거름을 한 1년까지 합치면 꼬박 7년의 공을 들였다.

송씨는 "7년 농사를 지어야 3.3㎡당 평균 4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게 인삼인데 이번 폭우로 수중에 남는 게 없을 지경"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충주시 엄정면에서 2만1천450㎡의 밭을 빌려 인삼 농사를 짓는 김지화(34)씨 사정은 더 딱하다.

충주는 이번 폭우에 가장 피해가 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고, 그의 5년근 인삼밭도 물에 잠기고 토사로 뒤덮여 쑥대밭이 됐다.

김씨는 "아직도 물이 안 빠진 진흙 상태라 손을 못 댄다"며 "수확할 수도 없고 그냥 두자니 썩는 게 뻔하니 어찌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7년 농사가 한순간에 물거품" 수해로 썩어가는 인삼에 한숨
계약 재배하는 그는 계약한 물량을 납품할 수 없게 돼 선급금으로 받은 7천만원 가운데 4천만원을 물어내야 할 판이라고 했다.

2천100여 농가가 3천229㏊를 경작, 전국 인삼 재배 면적 1위인 충북은 이번 수마로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봤다.

충북인삼농협이 잠정 집계한 피해는 362농가 312만㎡에 달한다.

음성(80만7천㎡), 보은(64만4천㎡), 충주(52만6천㎡) 지역 피해가 컸다.

인삼 재배농가의 농업 재해보험 가입률이 10% 안팎에 그치고, 가입 농가에 대한 보상액도 크지 않아 피해 보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충북인삼농협 관계자는 "피해 신고 농가가 계속 늘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이번 폭우로 큰 타격을 받은 인삼 재배 농가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