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진영대결 재연 조짐…진중권 "지지율 떨어지니 토착왜구 프레이밍"
與 "불편하면 친일파" 통합 "친일몰이로 이간질"…김원웅發 과거사 충돌
김원웅 광복회장의 광복절 기념사를 계기로 과거사를 연결고리로 한 여야간 진영 싸움이 불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은 16일 독립운동가 후손인 김 회장의 '친일 청산' 메시지를 부각하면서 이를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친일파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이 지난해 한일 경제전 때의 이른바 '토착 왜구' 프레임을 다시 꺼내 들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래통합당은 지지율 하락세인 여권이 위기 탈출을 위해 의도적으로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며 총공세를 했다.

친일 프레임에 빠지지 않기 위해 여야를 넘나들었던 김 회장의 이력을 부각하면서 정치적 의도를 부각한 것이다.

김 회장은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에서 "이승만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폭력적으로 해체하고 친일파와 결탁했다"며 "대한민국은 민족 반역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또 애국가를 작곡한 음악인 안익태의 친일 행적을 지적하며 "민족 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한 나라뿐"이라고 성토했고, 국립현충원 '친일파 파묘' 법안 통과도 주장했다.

통합당은 배준영 대변인 논평을 통해 "초대 임시정부 대통령을 이름만으로 부르고, 대한민국의 국가인 애국가를 부정하고, 현충원의 무덤까지 파내자는 무도한 주장을 했다"며 김 회장 사퇴를 촉구했다.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을 이간질하는 것이 바로 매국 행위"라며 "편 나누어 찢어발기고, 증오하고, 저주하는 광복절 기념식이 왜 필요하냐"고 썼다.

하태경 의원은 "일본과 수교까지 거부했던 이승만을 친일부역자로 몰았다.

김구를 포함한 독립운동 선열이 자랑스럽게 불렀던 애국가를 친일 노래로 매도했다"며 "좌파의 친일몰이가 지나치면 얼마나 자기파괴적이 되는지 잘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여야를 넘나든 김 회장의 정치 이력과 함께 발언 배경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통합당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김 회장이 민주공화당과 민주정의당 당료 출신임을 거론하면서 "친일 잣대만으로 이승만을 비난하고 안익태를 민족반역자로 저주한다면, 김원웅은 독재 잣대만으로 부역자로 비난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김원웅씨의 도발적 발언은 다분히 정치적"이라며 "지지율이 떨어지니 다시 '토착왜구' 프레이밍을 깔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 회장 발언을 옹호하면서 '친일 청산' 목소리를 한층 키웠다.

명분상 절대적 우위에 있다고 보고 대응에 나선 것이다.

유기홍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통합당은 친일파들의 대변자냐. 당연한 말에 대한 반응이 오히려 놀랍다"고 쏘아붙였고, 소병훈 의원도 "제1야당에서 반민족행위 청산 주장에 불편해하는 현실은, 아직 진정한 광복이 오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재호 의원은 "식민지 백성으로 살았다는 것이 죄는 아니다", "편 가르기를 하는 시각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한 전날 통합당 소속의 원희룡 제주지사의 발언에 "지금껏 원 지사의 말과 맥을 같이 하는 논리들 때문에 이 땅의 친일파가 오히려 훈장 받고 떵떵거리며 살아왔다"고 비판했다.

이개호 의원은 김 회장이 독립운동가 후손임을 언급하면서 "친일을 한 자와 친일을 비호한 자들에 대해선 무슨 말이든 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너희들 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다가 왜놈들에게 뺨 한 대만이라도 맞았다면 또 모르겠다"라고도 말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은 이날은 지도부나 대변인 논평 등을 통한 공식 대응을 하지는 않았다.

일부 여당 의원들이 '친일파 파묘법' 공론화에 나선 상황 등을 감안할 때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여야 공방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