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모습 갖추기 시작한 자동차 부품 공장…48시간 사투 끝 다시 지하철 달린 평동역
"코로나는 이제 기억도 안 납니다.

물난리가 이렇게 무서운지 처음 겪었어요.

"
광주 광산구 소촌농공단지 한 입주업체 직원은 11일 진흙 범벅이 된 자동차 부품을 물로 씻어내며 공장 바닥 곳곳에 고인 흙탕물 웅덩이를 가리켰다.

이틀 동안 500㎜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졌던 7∼8일 이 공장은 인접한 소촌제 둑이 무너지면서 침수 피해를 봤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이 업체는 흙탕물이 밀려들어 오면서 납품 준비를 마친 완제품과 기계설비, 자재 구분 없이 공장 전체가 피해를 봤다.

지하에 자리한 구내식당은 천장까지 물이 들어차 아수라장이 됐다.

빗줄기가 가늘어지고 물이 빠질 때부터 복구에 나서 사흘째 작업을 이어가자 비로소 공장이 본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광산구가 지원한 대형 준설차도 투입돼 토사가 죽처럼 뒤섞인 흙탕물을 지하에서 퍼 올렸다.

건장한 남자 직원들은 고무 날이 달린 밀대로 드넓은 공장 바닥에 고인 흙탕물을 염전에서 소금을 긁어내듯 공장 밖으로 쓸고 나갔다.

이들의 신발과 바지에는 진흙이 엉겨 붙었고, 웃옷과 목장갑은 팥죽땀으로 흥건히 젖었다.

호스를 길게 연결해 완제품을 씻어내고 기계설비를 닦아내는 작업도 구획마다 이어졌다.

소촌농공단지와 가까운 평동산업단지도 황룡강 범람으로 인한 후유증을 조금씩 극복하고 있다.

2004년 4월 개통 후 처음으로 침수사고 때문에 전동차 운행이 중단된 광주 지하철 1호선 평동역에는 회복이 불가능한 전자 장치가 한쪽에 가지런히 정렬해 있다.

지상에 열차 승강장이 있는 평동역은 8일 대합실 안쪽으로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차면서 신호와 통신을 제어하는 각종 전기, 전자 장비가 젖는 피해를 봤다.

수해 규모가 워낙 커 복구에 최소 72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역무원이 밤낮으로 작업에 매달리면서 48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젖은 장비를 꼼꼼히 말리고, 작동이 안 되는 것은 예비물품으로 교체해 도시철도 운행을 이날부터 다시 시작했다.

평동역 관계자는 "역사 내부 전체에서 수인성 감염병 예방을 위한 소독은 마쳤고 코로나19 방역도 곧 시작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광산구는 강과 하천의 범람, 하수도관 역류 등으로 피해를 본 지역 산단 입주기업의 현장을 점검해 복구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기업 상당수가 풍수해 등 재해에 대비한 보험에는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는데 청소차와 살수차, 준설차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급한 복구에 힘을 보태는 중이다.

또 복구가 끝날 때까지 감염병 예방을 위한 방역과 소독 물품 지급도 이어갈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