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뜻인데 어쩌겠어"…물폭탄 이어 태풍 맞은 수재민 '한숨'(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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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쏟아지는 비 맞으며 복구 '안간힘'…군장병·경찰 등 600명 지원손길
자원봉사자 등 도움으로 수해 복구 속도…"비 많이 오지 않길 바랄 뿐"
남원에 35.5㎜ 비…태풍 '장미' 영향 내일까지 많은 곳 200㎜ 폭우 예보 "하늘이 왜 이리 무심한지 모르것소. 나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비가 그친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전북 남원에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는 10일.
금지면 상귀마을에서 비를 맞으며 진흙투성이 식기를 씻고 있던 이순자(82) 씨는 흐린 하늘을 무심히 올려다봤다.
비구름이 걷히고 푸른 하늘이 고개를 내밀었던 전날과 달리 빗줄기는 점차 거세지고 있었다.
이씨는 아픈 무릎을 어루만지더니 주택 이리저리를 돌아다니며 수돗물로 가재도구를 헹궜다.
큰 대야에 가득한 물은 이날 오전 소방차가 가져다줬다고 했다.
서울, 경기도 의정부 등에서 수해 소식을 접하고 내려온 이씨 가족들이 비옷을 입은 채 복구에 힘을 보태고 있었다.
이씨는 "어제 날씨가 맑아져서 복구를 시작했는데 오늘 다시 비가 내린다"며 "내가 전생에 잘못해도 크게 잘못했나 보다"라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비가 많이 내리고 또 물난리가 나면 여태껏 하나라도 건져보려고 애쓴 노력이 허사가 된다"며 "우리 좀 도와달라"고 하소연했다.
이씨의 집에서는 육군 35사단 장병들이 파손된 가구와 집기 등을 나르고 있었다.
장병들은 힘을 합쳐 무거든 짐을 주택 밖으로 끄집어내며 빗속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이씨는 "어제는 가족끼리 힘들게 작업을 했는데 오늘은 장병들이 도와줘서 한시름 덜었다"며 "고생하는 군인들 뭣 좀 먹여야 할 텐데…"라며 되려 이들을 걱정했다.
경찰은 이씨 집 주변 주택에서 수해 복구에 힘을 보탰다.
비옷을 입은 이들은 한때 물이 가슴 높이까지 차올랐던 주택 안쪽에서 물을 퍼냈다.
수해를 입은 주민의 부탁으로 못쓰게 된 집 안 가구들을 밖으로 꺼냈다.
여러 주택에서 끄집어낸 가구와 집기들이 골목에 산처럼 쌓였다.
이들의 도움을 받고 있던 김미자(65) 씨는 "어제는 하늘이 맑았지만,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며 "오늘은 경찰분들이 이렇게 찾아와서 도움을 주니 힘이 좀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침부터 다시 이렇게 비가 내리니 걱정"이라며 "우리 좀 살 수 있게 하늘이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울상을 지었다.
전날까지 물이 빠지지 않아 물바다였던 하도마을에서도 복구 작업이 시작됐지만, 우비를 입은 주민은 그저 멍할 뿐이었다.
이날 오전 4시에 나왔다는 박영숙(70·여)씨는 처참하게 주저앉은 집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자 "하늘의 뜻인데 어쩌겠어"라고 읊조렸다.
다시 쏟아지는 비로 복구 작업이 더뎌지자 마음을 어느 정도 내려놓은 것이다.
텅 빈 리어카 손잡이를 양손으로 잡은 박씨의 한쪽 뺨으로 눈물이 흘렀다.
35사단 장병들이 복구 장비를 들고 오와 열을 맞춰 집으로 들어서자 그제야 박씨도 조금씩 손을 움직였다.
박씨는 "이렇게 도와주러 오니 나도 이제 마음을 다잡고 힘을 내야겠다"면서 리어카에 깨지고 부서진 집기를 올렸다.
바로 옆 주택의 수재민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소리 내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기록적 폭우와 섬진강 제방 붕괴로 수몰됐던 남원시 금지면 일대에는 이날 35사단 장병 150여명, 전북경찰청 직원 200여명, 남원시 새마을지도자회 30여명 등 600여명이 피해 복구에 힘을 보탰다.
남원시 관계자는 "어제보다 오늘 더 많은 인원이 금지면을 찾아준 덕에 피해 복구에 조금 속도가 붙었다"며 "비가 많이 내리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남원에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제5호 태풍 '장미'의 간접 영향으로 35.5㎜의 비가 내렸다.
남원을 비롯해 완주와 진안, 무주, 전주 등 8개 시·군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져 있다.
전주기상지청은 11일까지 도내에 50∼150㎜, 많은 곳은 200㎜ 이상 더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뉴스
자원봉사자 등 도움으로 수해 복구 속도…"비 많이 오지 않길 바랄 뿐"
남원에 35.5㎜ 비…태풍 '장미' 영향 내일까지 많은 곳 200㎜ 폭우 예보 "하늘이 왜 이리 무심한지 모르것소. 나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비가 그친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전북 남원에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는 10일.
금지면 상귀마을에서 비를 맞으며 진흙투성이 식기를 씻고 있던 이순자(82) 씨는 흐린 하늘을 무심히 올려다봤다.
비구름이 걷히고 푸른 하늘이 고개를 내밀었던 전날과 달리 빗줄기는 점차 거세지고 있었다.
이씨는 아픈 무릎을 어루만지더니 주택 이리저리를 돌아다니며 수돗물로 가재도구를 헹궜다.
큰 대야에 가득한 물은 이날 오전 소방차가 가져다줬다고 했다.
서울, 경기도 의정부 등에서 수해 소식을 접하고 내려온 이씨 가족들이 비옷을 입은 채 복구에 힘을 보태고 있었다.
이씨는 "어제 날씨가 맑아져서 복구를 시작했는데 오늘 다시 비가 내린다"며 "내가 전생에 잘못해도 크게 잘못했나 보다"라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비가 많이 내리고 또 물난리가 나면 여태껏 하나라도 건져보려고 애쓴 노력이 허사가 된다"며 "우리 좀 도와달라"고 하소연했다.
이씨의 집에서는 육군 35사단 장병들이 파손된 가구와 집기 등을 나르고 있었다.
장병들은 힘을 합쳐 무거든 짐을 주택 밖으로 끄집어내며 빗속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이씨는 "어제는 가족끼리 힘들게 작업을 했는데 오늘은 장병들이 도와줘서 한시름 덜었다"며 "고생하는 군인들 뭣 좀 먹여야 할 텐데…"라며 되려 이들을 걱정했다.
경찰은 이씨 집 주변 주택에서 수해 복구에 힘을 보탰다.
비옷을 입은 이들은 한때 물이 가슴 높이까지 차올랐던 주택 안쪽에서 물을 퍼냈다.
수해를 입은 주민의 부탁으로 못쓰게 된 집 안 가구들을 밖으로 꺼냈다.
여러 주택에서 끄집어낸 가구와 집기들이 골목에 산처럼 쌓였다.
이들의 도움을 받고 있던 김미자(65) 씨는 "어제는 하늘이 맑았지만,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며 "오늘은 경찰분들이 이렇게 찾아와서 도움을 주니 힘이 좀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침부터 다시 이렇게 비가 내리니 걱정"이라며 "우리 좀 살 수 있게 하늘이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울상을 지었다.
전날까지 물이 빠지지 않아 물바다였던 하도마을에서도 복구 작업이 시작됐지만, 우비를 입은 주민은 그저 멍할 뿐이었다.
이날 오전 4시에 나왔다는 박영숙(70·여)씨는 처참하게 주저앉은 집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자 "하늘의 뜻인데 어쩌겠어"라고 읊조렸다.
다시 쏟아지는 비로 복구 작업이 더뎌지자 마음을 어느 정도 내려놓은 것이다.
텅 빈 리어카 손잡이를 양손으로 잡은 박씨의 한쪽 뺨으로 눈물이 흘렀다.
35사단 장병들이 복구 장비를 들고 오와 열을 맞춰 집으로 들어서자 그제야 박씨도 조금씩 손을 움직였다.
박씨는 "이렇게 도와주러 오니 나도 이제 마음을 다잡고 힘을 내야겠다"면서 리어카에 깨지고 부서진 집기를 올렸다.
바로 옆 주택의 수재민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소리 내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기록적 폭우와 섬진강 제방 붕괴로 수몰됐던 남원시 금지면 일대에는 이날 35사단 장병 150여명, 전북경찰청 직원 200여명, 남원시 새마을지도자회 30여명 등 600여명이 피해 복구에 힘을 보탰다.
남원시 관계자는 "어제보다 오늘 더 많은 인원이 금지면을 찾아준 덕에 피해 복구에 조금 속도가 붙었다"며 "비가 많이 내리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남원에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제5호 태풍 '장미'의 간접 영향으로 35.5㎜의 비가 내렸다.
남원을 비롯해 완주와 진안, 무주, 전주 등 8개 시·군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져 있다.
전주기상지청은 11일까지 도내에 50∼150㎜, 많은 곳은 200㎜ 이상 더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