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로 주택·도로·교량 파손 잇따라…농경지 7천883.7㏊ 침수
수확 앞둔 농작물·가축도 피해…소·돼지·닭·뱀장어 치어 등 폐사
섬진강 제방 붕괴로 대규모 주택 침수…"피해 수습·복구에 최선"
전북 집어삼킨 '수마'…544㎜ 폭우로 사망 2명·이재민 1702명
이틀 동안 이어진 기록적 폭우는 전북에 피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큰 생채기를 냈다.

토사가 주택을 덮쳐 주민 2명이 숨졌고, 강 둑이 무너지면서 마을 여러 곳이 물에 잠겼다.

한순간에 보금자리를 잃은 이재민들은 마을회관과 초등학교 강당 등 임시 쉼터에 머물며 안타까운 마음을 다독이고 있다.

도로와 다리 여러 곳이 파손되고 애써 키운 농작물과 가축들도 막대한 침수 피해를 봐 수해 복구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9일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 사흘 동안 내린 폭우로 이날 오전 11시까지 도내에서는 모두 983건의 피해가 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기간 도내에서 산사태로 2명이 사망하고, 하천 범람으로 1천702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피해 시설은 도로와 교량 등 공공시설이 267건이고, 주택과 농경지 등 사유시설이 716건으로 집계됐다.
전북 집어삼킨 '수마'…544㎜ 폭우로 사망 2명·이재민 1702명
◇ 산사태에 주민 사망·대피 잇따라… 84건 산사태·15.14㏊ 임야 훼손
지난달부터 연일 내린 비로 약해진 지반은 기록적 집중호우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지난 8일 오후 4시 42분께 장수군 번암면 교동리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주택 1채가 토사에 파묻혔다.

소방당국은 굴착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 6시간 넘는 수색 끝에 숨진 50대 부부를 사고 지점에서 발견했다.

이들 부부는 은퇴 이후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 2년 전부터 이 주택에서 산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부부 사이가 좋고 마을 사람과도 잘 어울렸는데 안타깝다"고 전했다.

같은 날 오전 4시께 남원시 산동면 대상리에서도 산비탈 토사가 무너졌다.

주민 20여명은 인근 면사무소로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뿌리째 뽑힌 큰 나무와 바위, 토사 등이 마을 주변을 덮쳐 하천과 도로 피해가 컸다.

전북도는 남원과 완주, 무주, 임실 등에서 모두 84건의 산사태가 발생해 15.14㏊의 임야가 훼손됐다고 밝혔다.
전북 집어삼킨 '수마'…544㎜ 폭우로 사망 2명·이재민 1702명
◇ 무너진 제방에 보금자리 잃은 주민들…주택 473동 침수·이재민 1702명
폭우에 견디지 못한 제방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삶터를 잃은 이재민이 속출했다.

전날 낮 12시 50분께 남원시 금지면 귀석리 금곡교 인근 섬진강 제방이 붕괴했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붕괴 범위를 50∼100m로 추산했다.

금지면 4개 마을 주민 300여명은 면사무소 옆 문화센터로 긴급 대피했고, 마을에 남은 주민 수십 명도 소방당국과 지자체 도움으로 구조됐다.

주변 주택과 농경지, 축사 등은 붕괴한 제방에서 쏟아진 물과 집중호우로 모두 물에 잠겼다.

갑작스러운 수해로 보금자리를 잃은 이재민들은 지자체 등에서 보낸 구호물자에 의지하고 있다.

사흘 동안 쏟아진 폭우로 남원을 비롯해 순창과 임실, 진안, 장수 등에서 주택 473동이 침수해 이재민 1천702명이 발생했다.
전북 집어삼킨 '수마'…544㎜ 폭우로 사망 2명·이재민 1702명
◇ 수확 앞둔 농작물·가축도 물에 잠겨…축구장 1만798개 합친 7천883.7㏊ 침수
농경지가 많은 지역 특성상 비 피해는 주로 농작물에 집중됐다.

이번 비로 14개 시군 농경지 7천883.7㏊가 물에 잠겼다.

축구장(0.73㏊) 1만798개를 합친 면적이다.

벼가 6천669.5㏊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밭작물이 1천214.2㏊였다.

지자체별로는 김제 3천756.9㏊, 고창 872.5㏊, 부안 844.8㏊, 정읍 615.9㏊, 순창 505㏊, 진안 269㏊ 등이다.

가축 피해도 컸다.

남원과 순창에서 소와 돼지, 닭, 오리 농장 49곳이 물에 잠기거나 부서져 정확한 피해액을 산정하고 있다.

풍천장어로 유명한 고창에서는 뱀장어 치어 11만4천250마리가 폐사했고 남원 양만장도 침수 피해를 봤다.
전북 집어삼킨 '수마'…544㎜ 폭우로 사망 2명·이재민 1702명
농작물 피해는 현재도 집계가 이뤄지고 있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각 지자체는 설명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우선 정확한 피해를 확인하기 위해 각 시설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응급 보수 및 구체적 복구 계획 수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북은 지난 사흘 동안 순창 544㎜, 남원 432.6㎜ 등 대부분 지역에 30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