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타던 신입 사원, 2년 만에 빚더미 오른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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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큰손 2030] ③ 월급의 유혹
▽ 전액 할부 유예 할부. 일단 월급으로 OK?
▽ 불안정 수입에도 자연스레 비싼 차 욕심
▽ 보험료에 수리비…사고나면 감당 어려워
▽ 전액 할부 유예 할부. 일단 월급으로 OK?
▽ 불안정 수입에도 자연스레 비싼 차 욕심
▽ 보험료에 수리비…사고나면 감당 어려워
[편집자 주] 최근 수입차 시장에서 밀레니얼 세대인 2030세대의 비중이 30~40%까지 오르며 ‘큰손’이 됐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도 수입차 시장 개인고객 8만195명 가운데 37%에 달하는 2만9687명이 10~30대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사태 속 경제 위기 속에서도 아직 사회생활을 시작하지 않았거나 갓 시작한 초년생들의 고가 수입차 구매는 오히려 강세를 보인 셈이다. 2030세대는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왜 2030세대는 수입차를 선택하는 걸까. 한경닷컴 인턴기자 이지민 신현아 전명석3인방과 3회에 걸쳐 분석해본다.파격적인 할인과 다양한 할부 프로그램 등으로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2030세대의 수입차 사랑은 깊어지고 있다. 계획적인 소비로 수입차를 구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부담에 '카푸어'로 전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입차 열망…불안정한 수입에도 월 200만원 할부
업계에 따르면 수입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차량 가격의 일부를 선납입하고 남은 금액을 할부로 납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딜러사의 자체 파이낸셜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추가적인 할인이 제공되거나 무이자가 지원되는 경우도 있다. 다만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 매달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낮아지는 만큼 욕심을 부리기 쉽다는 맹점이 있다. 한 딜러사 관계자는 "소득수준이 불안정하지만 무리해서 차를 구매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속으로는) 괜찮을까 싶지만 구매를 원하는 고객님이다 보니 신용등급이 좋지 않아도 조건에 맞는 할부 조건을 제시해 상품을 안내한다"고 설명했다.직장인 A씨는 "2016년 벤츠 SLK350 모델을 8%대 이율의 전액 할부로 구매했었다"며 "당시 월급은 세후 270만원인데 월 납입금 140만원, 보험료 26만원, 유류비 30만원 등 매달 평균 210만원은 지출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돈이 부족하니 현금서비스를 받고 마이너스통장으로 갚고, 신용대출로 메꾸길 반복했다. 2년을 버티지 못하고 차를 처분했는데, 아직도 2500만원 가량 빚이 쌓여있다"고 후회했다.
낮은 월 부담금에 혹했다가 빚 폭탄 우려
A씨 사례처럼 신입 직장인 등 사회 초년생이 전액할부 등 방식으로 수입차를 타는 건 최근 금융상품의 초기 부담이 낮아보이는 탓이다. 최근 인기를 끄는 원금 유예할부 방식도 같은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할부 원금 중 일부를 계약 만기까지 미루는 원금 유예할부는 2030세대에게 나중에 큰 부담으로 돌아오는 구매 방식이다. 일반적인 자동차 할부금융은 원금과 이자를 매월 동시에 상환하지만 원금유예할부는 차량 가격의 30% 정도를 내고 할부기간에는 6~10%에 달하는 이자와 약간의 원금만 납부한다. 이후 할부기간이 끝나면 차 가격의 절반 이상의 원금을 한 번에 갚아야 한다.유예할부의 개념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회초년생들이 적은 월 부담금에 혹해 수입차를 선택했다면 매달 돈을 내면서도 할부기간이 끝나면 다시 목돈을 부담해야 한다. 잔액을 내지 못한다면 재할부를 하거나 차를 팔아야 하는데, 재할부를 할 경우 이자율이 높아지고 차를 팔더라도 감가가 적용되기에 잔액을 채우기엔 부족해진다.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내야 하는 비용도 더 늘어난다.
수입차의 경우 차값 외에도 국산차에 비해 비싼 보험료와 수리비를 부담해야 한다. 금융감독원과 보험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차량 1대당 평균 보험료는 수입차가 국산차에 비해 3.6배 비쌌다. 올해부터는 그 차이가 더 벌어졌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현재는 고가 수리비 차량의 위험도에 맞도록 보험료가 공정하게 배분되고 있지 않다”고 밝히며 수입차 보험요율 인상에 나섰고, 이에 따라 기존 15%이던 고가 차량 할증이 최대 23%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보험도 수리비도 비싸…사고나면 감당 불가
수입차는 수리비도 국산차에 비해 2.6배 더 비싼 것으로 집계됐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국내 부품 재고가 많고 사제 부품도 구하기 쉬운 독일 브랜드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면서 "판매량이 많지 않은 브랜드의 경우 국산차와 비교해 수리비가 5배 이상 드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전 중 사고라도 나면 사회초년생의 경제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20대 평균 소득은 206만원, 30대는 322만원이었다. 보건복지부가 공표한 1인가구 최저생계비(기준 중위소득)는 175만7194원으로, 평균 소득에서 이를 빼면 20대는 약 31만원, 30대는 약 147만원이 남는다. 수입차 할부금은 부담할 수 있지만 추가적인 저축은 어려우며, 돌발 지출이 발생할 경우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단순히 미래의 기대 수입을 고려해 구매를 결정했다가 지급 상황이 녹록치 않아진 2030세대가 '카푸어(경제력에 비해 비싼 차를 샀다가 궁핍한 생활을 하는 사람)'의 늪에 빠져드는 이유다.국내 최대 자동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에 따르면 2030세대가 선호하는 차량들이 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중고차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30세대에게 가장 많이 팔린 BMW 5시리즈는 구입 1년 만에 매물 신세가 된 2019년식 모델이 올해 상반기에만 182대(일반 매물 기준)에 달했다. 이와 별도로 비싼 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리스승계 매물로 나온 2019년식 520i도 78대에 달했고 530i는 65대, 320d도 59대가 리스승계로 등록됐다.
2030세대가 선호한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2019년식 E300 모델은 올해 1~6월 사이에만 327대가 엔카닷컴에 매물로 나왔다. 같은 기간 2018년식 E200은 250대, E220d는 160대가 등록됐고 2019년식으로는 GLA 121대, E220d도 94대가 새 주인을 찾으러 나왔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 신현아 한경닷컴 인턴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