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뮤지컬 '루드윅:베토벤 더 피아노' 두 번째 무대

대학로 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창작 뮤지컬 '루드윅:베토벤 더 피아노'는 작곡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인간적 고뇌를 담은 작품이다.

2018년 초연과 지난해 재연에 이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인 올해 세 번째 공연되고 있다.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 테이(37)는 지난해에 이어 다시 말년의 루드윅(루트비히)으로 무대에 올랐다.

테이 "대극장 무대에 청년 루드윅으로도 서고 싶어요"
최근 대학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지난해에는 '여명의 눈동자' 공연 중 캐스팅되고 개인적인 스케줄로 연습 시간이 충분히 만족할 만큼 없었다"며 "이번에는 좀 더 깊이, 디테일하게 들어가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품 안에는 세 명의 베토벤이 함께 등장한다.

어린 시절의 루드윅과 청력을 잃고 고통스러워하는 청년 루드윅, 나이가 들어 젊은 시절의 자신을 돌아보는 루드윅이다.

테이는 초연 당시 다른 배우의 초대로 공연을 보러 갔다가 작품의 매력을 느끼고 먼저 공연에 함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 "당연히 청년 루드윅을 하게 될 줄 알았다"며 웃었다.

그는 "대극장이었으면 제가 충분히 청년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소극장 뮤지컬은 배우들의 연령대가 훨씬 어리더라"며 "여전히 청년으로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실제 루드윅 역을 함께 하는 서범석은 50대, 김주호는 40대 후반이다.

테이는 청력을 잃고 좌절에 빠져 있는 청년 루드윅을 30대가 해야 할 것 같았다고 했다.

"사실 저는 계속 설득하고 있어요.

루드윅은 정말 연배가 있으신 선배 배우가 맡으시면 한 마디를 툭 던져도 제대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거든요.

관객은 제가 그렇게 나이가 많지 않다는 걸 알고 있으니 더 집중해야 해요.

서범석 배우처럼 자연스러운 톤과 몸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솔직히 저 스스로 100% 맞는다고 생각하지 않고, 100% 만족은 못 하고 있어요.

"
테이 "대극장 무대에 청년 루드윅으로도 서고 싶어요"
테이는 이미 같은 작품에서 배역을 바꾼 경험이 있다.

지난해 '여명의 눈동자' 초연 때는 하림 역으로 무대에 섰으나, 올해 초 재연 때는 최대치 역을 맡았다.

그는 "대치로 고생을 많이 하긴 했는데 재밌더라. 이해하지 못했던 상대 캐릭터로 들어가니 극 전체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졌다"며 "대선배가 루드윅으로 오신다면 그렇게 맞춰서 (청년 루드윅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연예인이 되겠다는 생각이 없던 그가 2004년 가수로 데뷔한 것도, 2009년 드라마에 출연하며 배우 활동을 시작한 것도 자의보다는 타의가 컸다.

그런 그가 전적인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것이 뮤지컬이었다고 했다.

계기를 만들어 준 건 2011년 뮤지컬 대상 3관왕을 차지한 창작 뮤지컬 '셜록 홈즈:앤더슨가의 비밀'이었다.

친구 배다해의 데뷔 무대를 응원하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고 했다.

테이 "대극장 무대에 청년 루드윅으로도 서고 싶어요"
"스릴러 장르는 영화를 봐도 제 마음에 들기가 쉽지 않은데, 그게 눈앞의 무대에서 펼쳐지고, 거기에 끝까지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경이롭더라고요.

공연을 보고 돌아가는 길에 내내 넘버를 흥얼거렸어요.

앙코르 공연 캐스트 공고가 뜨자마자 회사에 얘기도 안 하고 오디션을 보러 갔죠."
결국 2012년 '셜록 홈즈' 앙코르 공연으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 그는 이후 뮤지컬 배우로서 차근차근 입지를 다져왔다.

'루드윅' 공연을 마치면 오는 10월에는 5·18 40주년 창작 뮤지컬 '광주'로 다시 돌아온다.

"많은 작품에서 제대로 쓰이고 싶다"는 그가 특별히 애정을 품은 작품도 있다.

"마흔이 되기 전에 '셜록 홈즈'의 앤더슨 역을 한 번 더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정말 하고 싶은 건 '헤드윅'이에요.

저도 음악을 록으로 시작했고, 헤드윅의 인생과 아픔을 내 것으로 가져보고 싶어요.

하려면 1일 1식으로도 안 되고 단식에 들어가야 하겠지만요.

(웃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