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사서 정토세계 구현"…국립익산박물관 '녹유 막새' 등 첫 전시
'녹색 기름을 들인 기와'(녹유 기와)는 백제 시대 최대 불교사원으로 명성이 높았던 전북 익산 미륵사지의 위상을 보여준다.

미륵사는 녹유 기와로 장식된 최초의 불교사원이자 우리 역사상 기와에 녹유가 쓰인 첫 번째 기록이다.

백제 왕궁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녹유 기와는 미륵사 대부분 건물지에서 1천300여점이나 발견됐다.

녹유(綠釉)는 도토기(진흙으로 빚어진 도자기의 통칭·陶土器) 표면에 녹색과 청색을 내는 데 사용한 유약이다.

백제는 6세기 초부터 녹유를 입힌 도기를 생산했다.

백제 녹유는 더 짙은 녹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반짝반짝 빛난다고 하여 '유리(琉璃)'라고도 불린다.

불교 경전에서는 부처의 정토 세계를 '유리로 된 땅'이라고 묘사했는데, 빛나는 녹유로 장식된 불교사원은 곧 부처의 정토 세계를 구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색이 영롱하고 고급스러운 녹유는 주로 각각 백제와 신라의 왕도인 부여, 경주를 중심으로 확산했다.

녹유로 물들인 다양한 전리품으로 당시 지배계층이 향유한 고위층 문화의 양상을 엿볼 수 있다.

녹유를 주제로 한 전시가 국립익산박물관에서 첫선을 보인다.

고대 녹유 문화재를 한자리에 모은 최초의 전시다.

우리나라 첫 녹유 기와인 미륵사지 '녹유 막새(처마 끝에 놓이는 기와의 한 종류)'도 처음 공개된다.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녹유 서까래 막새를 비롯해 국보 125호인 녹유 뼈항아리, 보물 453호인 녹유 잔과 잔받침 등 2007점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녹유, 미륵사를 물들이다', '녹유, 권위와 부의 상징이 되다', '우리나라 첫 번째 유약을 만들다' 등으로 구성된다.

백제와 신라 불교사원 속 녹유가 갖는 의미와 한국사 첫 유약인 녹유의 제작법을 알아보는 자리도 마련된다.

특별전 '녹색 유약, 녹유'는 8월 4일부터 11월 22일까지 국립익산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된다.

국립익산박물관 관계자는 "청자의 등장으로 녹유 도기는 자취를 감췄지만, 당대 청록의 기와는 권위와 위엄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며 "특별전을 통해 찬란히 빛났을 녹유의 이야기를 알아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