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터지는 줄"…폭주족 굉음에 잠 설치는 대청호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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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현암정·피반령에 전국서 폭주차량 몰려 위험한 질주
가드레일 곳곳 사고 흔적…경찰 "워낙 빨라 단속하기 힘들어"
청주시 서원구 현도면 하석리 오모(67) 이장은 요즘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다.
대청호반의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마을 도로에 밤만 되면 폭주족이 몰려들어 굉음을 내며 과속 질주하는 탓이다.
그는 "나이 든 할머니 몇분은 폭탄 터지는 것 같은 폭주 차량 소리에 놀라 청심환을 챙겨 먹을 정도"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 마을 대청호전망대인 현암정 주변은 요즘 폭주족에게 가장 인기가 있다.
한 달 전부터 밤이 되면 소음기를 개조해 요란한 소리를 내는 차량들이 떼로 몰려들어 광란의 질주를 한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피반령 일원도 폭주족이 자주 출몰하는 곳이다.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에서 보은군 회인면을 잇는 한적한 도로인데, 어둠이 내리면 승용차와 오토바이가 집결해 스피드를 즐긴다.
이들 도로는 인터넷 카페 등에 '폭주 성지'로 불릴 만큼 유명하다.
굽이진 코스에 차량 통행이 적어 속도를 내며 스릴을 즐기기에 제격이라는 이유에서다.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현암정 후기', '현암정 정보공유방' 등 위험한 질주를 과시하는 '와인딩' 영상이 자주 올라온다.
가파른 곡선 구간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도는 방법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경찰의 단속 정보를 알려주는 글도 있다.
불안에 떠는 주민들이 당국에 이들의 난폭 운전과 소음공해를 막아달라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주민 A(54)씨는 "굽은 도로 곳곳에 폭주족들이 들이받은 가드레일을 쉽게 볼 수 있다"며 "구청에 과속 방지턱, 속도 표지판 설치 등을 요구했지만 흐지부지됐다"고 털어놨다.
피반령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도 "밤이 되면 시끄러워 창문도 열지 못한다"며 "피반령 괴목공원 쪽에는 페라리 등 수입차 10여대가 길게 주차된 것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덕면 계산1리 최경애 이장도 "곡예 운전하는 오토바이 때문에 운전하기가 불안하다"며 "심지어 피반령에서 과속 질주하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의 유골을 산에 뿌린다는 흉흉한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민원을 넣으면 파출소에서 단속은 나오지만 그때뿐"이라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경찰도 폭주족 대응에 골머리를 앓는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 출동하면 폭주족이 재빨리 흩어져 단속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속도가 워낙 빨라 증거확보는 커녕 순찰차로는 따라가는 게 불가능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폭주족들은 와인딩 전에 정찰조를 투입해 단속 카메라가 있는지, 교통경찰은 없는지 등을 망까지 본다"며 "이런 정보를 조직적으로 공유해 단속에 어려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충북경찰청은 관할 경찰서, 교통안전공단 등으로 전담팀을 꾸려 이 일대 폭주족 단속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도로에 과속방지턱을 설치하고 노인 보호구역 설정 등 안전시설도 대폭 보강한다.
/연합뉴스
가드레일 곳곳 사고 흔적…경찰 "워낙 빨라 단속하기 힘들어"
청주시 서원구 현도면 하석리 오모(67) 이장은 요즘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다.
대청호반의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마을 도로에 밤만 되면 폭주족이 몰려들어 굉음을 내며 과속 질주하는 탓이다.
그는 "나이 든 할머니 몇분은 폭탄 터지는 것 같은 폭주 차량 소리에 놀라 청심환을 챙겨 먹을 정도"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 마을 대청호전망대인 현암정 주변은 요즘 폭주족에게 가장 인기가 있다.
한 달 전부터 밤이 되면 소음기를 개조해 요란한 소리를 내는 차량들이 떼로 몰려들어 광란의 질주를 한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피반령 일원도 폭주족이 자주 출몰하는 곳이다.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에서 보은군 회인면을 잇는 한적한 도로인데, 어둠이 내리면 승용차와 오토바이가 집결해 스피드를 즐긴다.
이들 도로는 인터넷 카페 등에 '폭주 성지'로 불릴 만큼 유명하다.
굽이진 코스에 차량 통행이 적어 속도를 내며 스릴을 즐기기에 제격이라는 이유에서다.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현암정 후기', '현암정 정보공유방' 등 위험한 질주를 과시하는 '와인딩' 영상이 자주 올라온다.
가파른 곡선 구간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도는 방법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경찰의 단속 정보를 알려주는 글도 있다.
불안에 떠는 주민들이 당국에 이들의 난폭 운전과 소음공해를 막아달라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주민 A(54)씨는 "굽은 도로 곳곳에 폭주족들이 들이받은 가드레일을 쉽게 볼 수 있다"며 "구청에 과속 방지턱, 속도 표지판 설치 등을 요구했지만 흐지부지됐다"고 털어놨다.
피반령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도 "밤이 되면 시끄러워 창문도 열지 못한다"며 "피반령 괴목공원 쪽에는 페라리 등 수입차 10여대가 길게 주차된 것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덕면 계산1리 최경애 이장도 "곡예 운전하는 오토바이 때문에 운전하기가 불안하다"며 "심지어 피반령에서 과속 질주하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의 유골을 산에 뿌린다는 흉흉한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민원을 넣으면 파출소에서 단속은 나오지만 그때뿐"이라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경찰도 폭주족 대응에 골머리를 앓는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 출동하면 폭주족이 재빨리 흩어져 단속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속도가 워낙 빨라 증거확보는 커녕 순찰차로는 따라가는 게 불가능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폭주족들은 와인딩 전에 정찰조를 투입해 단속 카메라가 있는지, 교통경찰은 없는지 등을 망까지 본다"며 "이런 정보를 조직적으로 공유해 단속에 어려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충북경찰청은 관할 경찰서, 교통안전공단 등으로 전담팀을 꾸려 이 일대 폭주족 단속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도로에 과속방지턱을 설치하고 노인 보호구역 설정 등 안전시설도 대폭 보강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