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영화 관람 기피현상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개봉 연기 겹쳐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극장 중 하나인 그랑 렉스 극장이 오는 8월 3일부터 26일까지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고 AFP통신 등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랑 렉스 극장은 유럽에서 가장 큰 화면을 갖춘 극장 중 하나로, 2천700개 좌석을 보유하는 등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어 관광객이 찾는 파리의 명소 중 하나로 꼽힌다.

1932년에 세워진 이 극장은 제2차 세계대전의 포성과 포연 속에서도 문을 닫지 않고 운영돼, 100년 가까이 영화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 극장 측이 이번에 일시적으로 문을 닫기로 결정한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관객들의 영화 관람 기피와 함께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개봉이 줄줄이 연기됐기 때문이다.

그랑 렉스 극장 지배인인 알렉상드르 헬만은 "코로나19 때문에 여름 특수를 이끌어 온 미국 할리우드 영화가 적어졌다"면서 "이 암울한 환경에서는 문을 닫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전했다.

앞서 디즈니는 올여름을 겨냥한 블록버스터 '뮬란'의 개봉 날짜를 3월에서 7월 말로 연기했다가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자 무기한 연기했다.

또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테넷'을 포함한 미국 영화 '탑건 2', '원더 우먼 1984' 등의 개봉도 줄줄이 연기됐다.

프랑스 내 다른 극장 지배인들은 미국 영화의 개봉 연기 탓에 관객들을 끌어모으려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고 호소했다.

프랑스 서부에 있는 시네마스코프 메가라마 극장 지배인 아우렐리에 들라주는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너무 심각해 매출표도 안 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AFP통신은 프랑스 소규모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의 빈자리를 메운 덕에 지난주 영화 관람객은 100만명을 돌파했으나 프랑스 극장의 수입은 지난해 동기 대비 70% 가까이 감소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의 몇몇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개봉도 오는 9월 이후로 늦춰졌다.

그랑 렉스 극장이 문을 닫는 또 다른 이유론 경제 봉쇄령이 꼽혔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까지 약 두 달 간 봉쇄령을 선포했다.

이후 봉쇄령이 해제됐지만 프랑스 내 다수 극장은 여전히 관객석이 텅텅 빈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또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좌석도 반밖에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프랑스극장조합은 정부에 긴급 자금지원책을 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