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름] ② 갈 곳 없는 노인들 "경로당 열어도 무서워 못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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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년보다 길어진 장마, 불편한 여름나기…실내 쉼터 33%만 개방
"똑같은 일상, 마땅히 갈 데 없어"…문 연 경로당도 인원·시간 제한 "경로당요? 열어도 무서워서 못가지. 코로나에 걸리면 어떡해."
빗줄기가 쏟아진 23일 오후 실외 무더위 쉼터인 대구 서구 평리공원에 모인 어르신들은 실내 쉼터와 경로당 운영에 대한 질문을 받자 손사래부터 쳤다.
엉성한 지붕 아래 벤치에 나란히 앉아서는 "코로나19 때문에 더워도 걱정, 비가 와서 안 더워도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바람에 날린 빗방울이 다리 쪽으로 떨어질 때면 일제히 우산을 아래로 내려 막는 일을 반복했다.
최근 운영을 재개한 북구 한 경로당을 찾아가 보니 입구에서 발열 체크를 위해 체온을 측정하며 입장을 제한했다.
경로당 안은 휑한 모습이었다.
어르신 3명이 담소하며 적적함을 달랬지만, 발길을 끊은 친구를 기다리는 듯 마스크를 연신 고쳐 쓰며 출입문을 바라보곤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자체, 공공기관, 은행 등은 대부분 무더위 쉼터를 폐쇄했다.
코로나에 폭염과 긴 장마가 이어지는 동안 갈 곳 없는 어르신들은 '푹푹 찌고 꿉꿉한' 여름나기에 힘겨워하고 있다.
◇ "땡볕 내리쬘때는 30∼40명씩 몰려 앉을 곳도 없어"
평리공원에서 만난 김모(80)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인근 도서관이나 복지관이 문을 닫아 갈 곳이 없다"며 "여긴 그나마 구청 화장실이라도 사용할 수 있으니 왔다"고 말했다.
그는 새벽 4시께 운동 겸 산책을 나온 뒤 종일 집과 공원을 오간다고 했다.
그래도 이날은 비가 와서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한다.
옆에 앉은 이모(74)씨는 "땡볕이 쏟아질 때는 한꺼번에 30∼40명씩 몰려 앉을 곳도 없다"며 "그늘에 등받이가 있는 의자만이라도 설치해 준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김모(72)씨는 "평소에는 땀이 나서 나오고, 오늘 같은 날은 비가 오니까 시원해서 야외 쉼터에 나왔다"며 "갈 데가 없어서 오긴 했는데 여기도 편치만은 않다"고 했다.
평리공원과 같은 야외 쉼터에는 기본적으로 덩굴 식물로 만든 차양과 음수대, 근거리에 화장실 등이 있다.
대구 서구는 지난달 평리공원과 이현공원, 감삼못공원, 가르뱅이공원 등 기본 시설을 갖춘 4곳을 실외 무더위 휴식 장소로 지정했다.
인접한 중구에도 경상감영공원·국채보상공원·남산어린이공원, 신천둔치 등 휴식 장소 8곳이 있다.
이동식 에어컨, 천막을 설치한 곳도 있고 생수, 부채, 양심양산 등 폭염 예방 물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자, 공원, 나무 그늘, 교량 하부 등 야외에 마련한 무더위 쉼터는 전국에 5천547곳이다.
260곳은 신규 지정됐고, 나머지 5천287곳은 이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실내 무더위 쉼터는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5만105곳 가운데 33.8%인 1만6천947곳만 문을 열었다.
실내 무더위쉼터 운영률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대다수가 경로당 등 노인시설이기 때문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월 말부터 경로당을 휴관 권고 시설에 포함했다.
◇ 재개방 경로당도 운영시간 줄이고, 인원 제한
지난 20일부터는 대구 북구 275곳과 서구 80곳 등 구·군별로 경로당이 단계적 운영에 들어갔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내린 노인 여가시설 대응 지침대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운영한다.
이용 인원도 10명 이내로 제한했다.
경로당에서 진행하던 프로그램도 운영하지 않고 내부에서 식사도 할 수 없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경로당 운영 자체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한 구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북구 한 경로당에서 만난 68세 남성은 "똑같은 일상에 마땅히 갈 데가 없어 나왔다"며 "마스크를 쓰긴 하는데 코까지 다 올리지 않고 턱에 걸치기만 사람들이 있다"고 전했다.
성정숙 서구 사회복지과 노인복지팀장은 "경로당을 계속 폐쇄해두는 게 정답이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전면 운영에도 염려가 많다"며 "방역과 환기를 철저히 하지만 이용자가 코로나19 확산에 조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구청 한 관계자는 "이번 주는 비가 와서 그런지 경로당에 예상만큼 많이 몰리지 않았다"며 "경로당을 찾는 어르신들 스스로가 코로나19를 경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똑같은 일상, 마땅히 갈 데 없어"…문 연 경로당도 인원·시간 제한 "경로당요? 열어도 무서워서 못가지. 코로나에 걸리면 어떡해."
빗줄기가 쏟아진 23일 오후 실외 무더위 쉼터인 대구 서구 평리공원에 모인 어르신들은 실내 쉼터와 경로당 운영에 대한 질문을 받자 손사래부터 쳤다.
엉성한 지붕 아래 벤치에 나란히 앉아서는 "코로나19 때문에 더워도 걱정, 비가 와서 안 더워도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바람에 날린 빗방울이 다리 쪽으로 떨어질 때면 일제히 우산을 아래로 내려 막는 일을 반복했다.
최근 운영을 재개한 북구 한 경로당을 찾아가 보니 입구에서 발열 체크를 위해 체온을 측정하며 입장을 제한했다.
경로당 안은 휑한 모습이었다.
어르신 3명이 담소하며 적적함을 달랬지만, 발길을 끊은 친구를 기다리는 듯 마스크를 연신 고쳐 쓰며 출입문을 바라보곤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자체, 공공기관, 은행 등은 대부분 무더위 쉼터를 폐쇄했다.
코로나에 폭염과 긴 장마가 이어지는 동안 갈 곳 없는 어르신들은 '푹푹 찌고 꿉꿉한' 여름나기에 힘겨워하고 있다.
◇ "땡볕 내리쬘때는 30∼40명씩 몰려 앉을 곳도 없어"
평리공원에서 만난 김모(80)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인근 도서관이나 복지관이 문을 닫아 갈 곳이 없다"며 "여긴 그나마 구청 화장실이라도 사용할 수 있으니 왔다"고 말했다.
그는 새벽 4시께 운동 겸 산책을 나온 뒤 종일 집과 공원을 오간다고 했다.
그래도 이날은 비가 와서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한다.
옆에 앉은 이모(74)씨는 "땡볕이 쏟아질 때는 한꺼번에 30∼40명씩 몰려 앉을 곳도 없다"며 "그늘에 등받이가 있는 의자만이라도 설치해 준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김모(72)씨는 "평소에는 땀이 나서 나오고, 오늘 같은 날은 비가 오니까 시원해서 야외 쉼터에 나왔다"며 "갈 데가 없어서 오긴 했는데 여기도 편치만은 않다"고 했다.
평리공원과 같은 야외 쉼터에는 기본적으로 덩굴 식물로 만든 차양과 음수대, 근거리에 화장실 등이 있다.
대구 서구는 지난달 평리공원과 이현공원, 감삼못공원, 가르뱅이공원 등 기본 시설을 갖춘 4곳을 실외 무더위 휴식 장소로 지정했다.
인접한 중구에도 경상감영공원·국채보상공원·남산어린이공원, 신천둔치 등 휴식 장소 8곳이 있다.
이동식 에어컨, 천막을 설치한 곳도 있고 생수, 부채, 양심양산 등 폭염 예방 물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자, 공원, 나무 그늘, 교량 하부 등 야외에 마련한 무더위 쉼터는 전국에 5천547곳이다.
260곳은 신규 지정됐고, 나머지 5천287곳은 이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실내 무더위 쉼터는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5만105곳 가운데 33.8%인 1만6천947곳만 문을 열었다.
실내 무더위쉼터 운영률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대다수가 경로당 등 노인시설이기 때문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월 말부터 경로당을 휴관 권고 시설에 포함했다.
◇ 재개방 경로당도 운영시간 줄이고, 인원 제한
지난 20일부터는 대구 북구 275곳과 서구 80곳 등 구·군별로 경로당이 단계적 운영에 들어갔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내린 노인 여가시설 대응 지침대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운영한다.
이용 인원도 10명 이내로 제한했다.
경로당에서 진행하던 프로그램도 운영하지 않고 내부에서 식사도 할 수 없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경로당 운영 자체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한 구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북구 한 경로당에서 만난 68세 남성은 "똑같은 일상에 마땅히 갈 데가 없어 나왔다"며 "마스크를 쓰긴 하는데 코까지 다 올리지 않고 턱에 걸치기만 사람들이 있다"고 전했다.
성정숙 서구 사회복지과 노인복지팀장은 "경로당을 계속 폐쇄해두는 게 정답이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전면 운영에도 염려가 많다"며 "방역과 환기를 철저히 하지만 이용자가 코로나19 확산에 조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구청 한 관계자는 "이번 주는 비가 와서 그런지 경로당에 예상만큼 많이 몰리지 않았다"며 "경로당을 찾는 어르신들 스스로가 코로나19를 경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