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 15분만에 "살려달라" 아비규환…지하차도 침수 당시 증언
3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초량 제1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차량진입 불과 10여분에 빚어진 참사였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뒤 부산 모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A씨는 "미처 대피할 겨를도 없이 모든 게 순식간에 벌어졌다"고 취재기자에게 증언했다.

A씨에 따르면 23일 오후 10시 30분께 차량 7대가량이 부산역 인근 제1지하차도로 여느 때와 같이 차례로 진입했다.

비가 많이 오긴 했지만 물이 바퀴의 3분의 2 정도밖에 차오르지 않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지하차도에 진입할 당시 아무런 경고 문구나 주의 안내도 없었다.

A씨는 "모든 차량이 각자 앞차를 따라 자연스레 진입했고, 안내 표지판도 없었기 때문에 걱정할 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하차도에서 중간쯤 들어왔을 때 갑자기 차량이 하나둘씩 멈추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긴 했지만 사고 등 이유로 잠시 밀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멈춰 기다렸다.

하지만 정차한 지 3∼4분이 지나자 차 양 옆에서 갑자기 빗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물은 쉴 새 없이 차올라 차량 유리창 밑까지 치솟았고, 사람이 있는 차량 내부로도 유입되기 시작했다.

곧이어 침수된 몇몇 차량이 '붕' 떠오르더니 하나둘씩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다.

진입 15분만에 "살려달라" 아비규환…지하차도 침수 당시 증언
공포에 떠는 운전자들은 문을 열고 창문을 깨려는 등 외부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지하차도에 들어선 지 10여분 만에 발생한 일이었다.

생존자들은 당시 메신저 등을 가족에게 다급한 이 상황을 알리고 소방에 신고했다고 한다.

A씨는 "밖에서 물이 차오르니 압력 때문인지 차 문이 열리지 않아 너무 두려웠다"며 "성인 남자 3명이 간이의자로 창문을 두드려 깨고 나왔을 땐 이미 발이 땅에 닿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소방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땐 출입구 높이 3.5m인 지하차도에 2.5m까지 물이 들어찬 상태였다.

차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은 물 위에서 연신 손을 휘저으며 '살려달라'고 소리 질렀고, 또 어떤 이들은 차 지붕 위로 올라가 간신히 몸을 피했다.

차 안에서 갇힌 채 나오지 못한 이들은 창문을 계속 부수려는 등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상황이었다.

2m에 달하는 RV 차량 위에 올라가 겨우 목숨을 건졌던 또 다른 생존자도 다급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그는 "간신히 헤엄쳐 차 위로 올라갔을 땐 나머지 승용차가 모두 물에 잠겨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구조되기 직전엔 차량 지붕에 올라섰는데도 허리까지 물이 차오른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고가 발생한 지 20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도로 바깥에서 랜턴 불빛이 보이더니 몸에 밧줄을 동여맨 소방대원이 구조장비를 들고 하나둘씩 구조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사고로 2명은 구조됐으나 병원에서 치료 중 숨졌고 1명은 사고 5시간여만에 지하차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나머지 피해자들은 병원으로 옮겨져 안정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