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며 점액질 뿜는 조각…피규어가 대신하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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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선재센터, 이미래·카미유 앙로·돈선필 개인전
천장에 매달린 물체는 마치 어떤 생명체의 장기를 꺼내놓은 듯하다.
동물의 소화기관을 연상케 하는 굵고 긴 형태의 움직이는 레진 조각에 관처럼 연결된 호스들이 치렁치렁 뒤엉켰다.
이 기괴한 덩어리는 끈끈한 액체를 토해낸다.
분비물은 조각을 타고 흘러 바닥에 뚝뚝 떨어진다.
점액 물질이 호스를 따라 움직이고 뿜어져 나올 때 나는 소리는 조각이 살아있는 듯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23일 개막한 이미래 개인전에 나온 대형 키네틱 조각 '캐리어즈'다.
아트선재센터는 이미래, 카미유 앙로, 돈선필 세 작가의 개인전을 동시에 개최한다.
3층에서 열리는 이미래의 '캐리어즈'는 살아있는 육체를 비유한 움직이는 조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점액 물질인 글리세린을 호스펌프로 순환시켜 뿜어내기를 반복하는데, 설치 작품임을 뻔히 알면서도 순간적으로 기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정적인 미술 전시에서는 흔치 않은 원초적인 광경이다.
네덜란드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작가는 간단한 원리로 작동하는 기계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재료를 함께 다루며 조각과 설치 작업을 해왔다.
2층에서는 미국과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카미유 앙로의 첫 한국 개인전 '토요일, 화요일'이 열린다.
조각과 설치, 영상 작업을 하는 카미유 앙로는 2013년 베네치아비엔날레 은사자상, 2014년 독일 백남준어워드 등을 수상한 작가다.
그는 일주일이라는 시간 체계에 관심을 가지고 각 요일에 반복되는 인간의 행동 유형을 인류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중 토요일과 화요일에 관한 작업을 선보인다.
'화요일'은 영상과 조각, 매트 설치로 구성된 작품이다.
작업은 북유럽 전설 속 전쟁과 승리의 신을 일컫는 '티르(Tyr)'를 어원으로 하는 화요일(Tuesday)이 힘과 권력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영상은 경주마와 주짓수 시합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 경쟁이 펼쳐지는 순간이지만, 슬로우 모션과 관능적인 음악으로 전혀 다른 이미지를 연출했다.
전시장 바닥에는 실제 주짓수 매트를 깔고, 그 위에 뒤엉킨 신체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을 설치했다.
작가는 영상을 통해 "서사를 최소화하고 과도하게 명상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라며 "폭력은 얼어붙었다고 간주되거나 미적인 대상이 되는 순간 전복된다"고 말했다.
1층에서는 돈선필 개인전 '포트레이트 피스트'가 개최된다.
돈선필은 사회현상이나 크고 작은 사건을 피규어를 통해 제시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에는 24개 두상 조형물이 전시됐다.
공장에서 찍어낸 듯 같은 모양인 두상은 정면만 다르다.
눈, 코, 입 대신 게임기, 오토바이, 음식, 만화 캐릭터 등의 피규어가 붙어 있다.
작가는 얼굴이 신체의 일부 그 이상으로 무엇인가를 대신하는 위치에 있음에 주목하고, 오늘날 얼굴의 이미지가 어떻게 이해되고 소비되는지 탐구한다.
세 전시 모두 9월 13일까지. /연합뉴스
동물의 소화기관을 연상케 하는 굵고 긴 형태의 움직이는 레진 조각에 관처럼 연결된 호스들이 치렁치렁 뒤엉켰다.
이 기괴한 덩어리는 끈끈한 액체를 토해낸다.
분비물은 조각을 타고 흘러 바닥에 뚝뚝 떨어진다.
점액 물질이 호스를 따라 움직이고 뿜어져 나올 때 나는 소리는 조각이 살아있는 듯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23일 개막한 이미래 개인전에 나온 대형 키네틱 조각 '캐리어즈'다.
아트선재센터는 이미래, 카미유 앙로, 돈선필 세 작가의 개인전을 동시에 개최한다.
3층에서 열리는 이미래의 '캐리어즈'는 살아있는 육체를 비유한 움직이는 조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점액 물질인 글리세린을 호스펌프로 순환시켜 뿜어내기를 반복하는데, 설치 작품임을 뻔히 알면서도 순간적으로 기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정적인 미술 전시에서는 흔치 않은 원초적인 광경이다.
네덜란드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작가는 간단한 원리로 작동하는 기계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재료를 함께 다루며 조각과 설치 작업을 해왔다.
2층에서는 미국과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카미유 앙로의 첫 한국 개인전 '토요일, 화요일'이 열린다.
조각과 설치, 영상 작업을 하는 카미유 앙로는 2013년 베네치아비엔날레 은사자상, 2014년 독일 백남준어워드 등을 수상한 작가다.
그는 일주일이라는 시간 체계에 관심을 가지고 각 요일에 반복되는 인간의 행동 유형을 인류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중 토요일과 화요일에 관한 작업을 선보인다.
'화요일'은 영상과 조각, 매트 설치로 구성된 작품이다.
작업은 북유럽 전설 속 전쟁과 승리의 신을 일컫는 '티르(Tyr)'를 어원으로 하는 화요일(Tuesday)이 힘과 권력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영상은 경주마와 주짓수 시합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 경쟁이 펼쳐지는 순간이지만, 슬로우 모션과 관능적인 음악으로 전혀 다른 이미지를 연출했다.
전시장 바닥에는 실제 주짓수 매트를 깔고, 그 위에 뒤엉킨 신체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을 설치했다.
작가는 영상을 통해 "서사를 최소화하고 과도하게 명상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라며 "폭력은 얼어붙었다고 간주되거나 미적인 대상이 되는 순간 전복된다"고 말했다.
1층에서는 돈선필 개인전 '포트레이트 피스트'가 개최된다.
돈선필은 사회현상이나 크고 작은 사건을 피규어를 통해 제시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에는 24개 두상 조형물이 전시됐다.
공장에서 찍어낸 듯 같은 모양인 두상은 정면만 다르다.
눈, 코, 입 대신 게임기, 오토바이, 음식, 만화 캐릭터 등의 피규어가 붙어 있다.
작가는 얼굴이 신체의 일부 그 이상으로 무엇인가를 대신하는 위치에 있음에 주목하고, 오늘날 얼굴의 이미지가 어떻게 이해되고 소비되는지 탐구한다.
세 전시 모두 9월 13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