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기업 삼천리그룹의 공동 창업주인 고(故) 유성연·이장균 명예회장 집안이 이달 들어 삼천리 주식 총 13만3686주를 매입했다. 2세인 이만득 삼천리 명예회장(64) 집안과 유상덕 ST인터내셔널 회장(61) 집안이 같은 수의 주식을 각각 사들이며 창업 이후 65년 동안 지켜온 ‘동업 원칙’을 이어갔다.

삼천리가 이달 들어 네 차례에 걸쳐 공시한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 변동신고서’에 따르면 두 집안은 이달 1일부터 17일까지 13영업일 동안 주식을 매입했다. 이 기간 이 명예회장 집안과 유 회장 집안은 6만6843주씩 같은 수의 주식을 매입했다.

이 명예회장 집안에선 아들인 이은백 삼천리 미주본부장(사장)과 은희·은남·은선 씨가 매입주체였다. 유 회장 집안에선 유 회장과 아들인 유용욱 ST인터내셔널 상무가 주식 매입에 나섰다. 두 집안의 삼천리 지분율은 35.67%로 3.27%포인트 높아졌다. 삼천리그룹 관계자는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된 삼천리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대주주들이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주식을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삼천리의 역사는 1955년 10월 1일 창업주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삼천리연탄기업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성연 명예회장은 연탄 제조와 판매를 담당하는 사장을 맡고, 이장균 명예회장은 원탄 구매와 자금을 담당하는 부사장 형태로 역할 분담을 하며 회사를 키웠다. 두 창업주는 세상을 떠날 때 2세에게 어떤 비율로 투자하든 이익을 똑같이 나누고, 한쪽이 반대하는 사업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등 5가지 항목의 동업서약서를 남겼다.

올해로 65주년을 맞은 삼천리는 동업 원칙을 2대에서 3대까지 이어오며 이 회장과 유 회장 양가 지분을 50 대 50으로 유지하고 있다. 2010년에는 삼탄(현 ST인터내셔널)이 계열사 지분 조정을 위해 보유하던 삼천리 주식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두 가문이 주식 수를 똑같이 맞추기 위해 단 1주를 장외에 매물로 내놓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