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 77% "올림픽 못 열릴 것"…IOC "재연기 없고 곧바로 취소" 제32회 도쿄하계올림픽은 과연 2021년에는 열릴 수 있을까.
도쿄올림픽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전 세계를 덮친 역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끝을 아직 알 수 없어서다.
지구촌이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언제 등장해 상용화할지, 얼마나 신속하게 보급될지는 누구도 장담 못 한다.
올해 도쿄올림픽은 개막을 122일 앞둔 3월 24일,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합의로 전격적으로 1년 연기됐다.
근대올림픽이 태동한 1896년 이래 올림픽이 연기된 건 124년 만에 처음이다.
전염병으로 미뤄진 것도 최초다.
이로써 4년 간격으로 열리던 올림픽 '리듬'도 깨졌다.
도쿄올림픽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이래 5년 만인 2021년에 열리지만, 이미 올림픽 마케팅으로 2020년을 계속 사용해온 만큼 대회 공식 명칭은 '2020년 도쿄올림픽'으로 확정됐다.
도쿄올림픽 개막일은 올해 7월 24일에서 정확히 1년 늦춰진 내년 7월 23일로 바뀌었다.
IOC와 일본 정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의 후속 협의로 새로운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기간은 정해졌지만, 제대로 올림픽이 열릴지는 확신하지 못한다.
7월 17일 현재 미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7만5천명으로 역대 최다를 찍는 등 사태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는 변이를 거듭하며 열과 더위에 약한 다른 바이러스와 달리 여름에도 지속해 확산하는 중이다.
북반구에선 올겨울 다가올 코로나19 2차 파동을 우려하며, 북반구와 계절이 반대인 남반구의 코로나19 추이도 최소 1년은 지켜봐야 한다.
다시 말해 지구촌 전체가 코로나19의 위협에서 벗어나려면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IOC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훈련장이 닫힌 바람에 예년과 달리 제대로 올림픽을 준비할 수 없다던 북미·유럽 선수들의 아우성에 사실상 떠밀려 올림픽 연기를 결정했다.
공평한 환경에서 땀을 흘린 뒤 올림픽이라는 최고의 무대에서 경쟁해야 올림픽 본연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선수들의 목소리에 IOC는 강행 방침을 접었다.
코로나19의 끝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선수와 관중의 안전을 지킬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올림픽이 정상적으로 치러지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일본 국민도 올림픽 개최를 비관한다.
도쿄 신문이 6월 말 도쿄도(都) 유권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27.7%는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취소, 24%는 2022년 이후로 개최 시점을 한 번 더 연기하자고 답했다.
내년 올림픽 개최가 어렵다고 예상한 응답자가 절반을 넘은 셈이다.
일본 민영방송 TBS 계열 매체인 JNN이 이달 초 공개한 여론 조사 결과는 더욱 암울하다.
응답자의 77%가 내년에 올림픽이 열릴 수 없을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IOC는 내년에도 올림픽을 열 수 없다면 더는 연기하지 않고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면 일본은 1940년 동·하계 올림픽에 이어 세 번이나 올림픽을 취소한 나라라는 굴욕을 맛본다.
1·2차 세계대전으로 1916년·1940년·1944년(이상 하계), 1940년·1944년(이상 동계) 등 5번의 올림픽이 열리지 못했다.
일본은 1940년 동계올림픽을 삿포로에서, 하계올림픽을 도쿄에서 치를 예정이었으나 1937년 중국을 침략해 중일전쟁을 일으킨 대가로 1940년 올림픽 개최권을 반납했다.
전 세계가 2차 대전의 포화에 뒤덮이면서 1940년 동·하계올림픽은 결국 열리지 않았다.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내년 봄까지 지켜보고 올림픽 개최 여부를 결정할 심산이나 코로나 2차 파동이 시작될지도 모르는 올해 10월께 선제적으로 올림픽 개최 또는 취소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캐나다 출신으로 현역 최장수 IOC 위원인 딕 파운드는 17일 "내년 도쿄올림픽이 열리지 않는다면 그로부터 6개월 후인 2022년 2월로 예정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도쿄올림픽과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IOC는 이달 15일 집행위원회를 열어 올림픽 1년 연기로 개정된 종목별 세계 예선전 일정을 추인했다.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종목별 예선전은 올림픽 엔트리 최종 마감일의 일주일 전인 내년 6월 29일까지 이어진다.
도쿄올림픽에 나오는 선수를 약 1만1천명으로 추산하면 57%인 6천270명 정도가 이미 티켓을 땄고, 나머지 43%인 약 5천명이 내년 6월 29일까지 열리는 각 종목 올림픽 예선과 랭킹 포인트가 걸린 종목별 국제대회에서 도쿄행에 도전한다.
IOC는 아울러 18일 끝난 제136차 총회에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보고한 올림픽 일정과 준비 계획도 승인했다.
도쿄조직위는 43개 경기장과 선수촌, 메인프레스센터 등 준비한 모든 시설을 그대로 내년에 활용하겠다고 밝히고 33개 정식 종목과 339개 세부 종목 일정도 올해처럼 똑같이 진행하겠다고 보고했다.
또 올림픽 연기에 따른 추가 비용을 절감해 '간소한 올림픽'을 치르고자 아이디어를 백방으로 수집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