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반도체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기업은 미국의 엔비디아다. 올해 예상 매출은 146억달러로 인텔(738억달러)의 20%에 불과하지만 시가총액은 2493억달러(지난 16일 기준)로 세계 3위인 인텔(2504억달러)과 맞먹는다. 시장에선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인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맞물려 성장성에선 인텔을 능가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목표로 내건 삼성전자도 엔비디아 추격에 나섰다. 미국 반도체 연구개발(R&D) 조직에 GPU 전문 설계팀을 두고 자체 GPU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자동차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GPU의 성능 향상이 필수적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GPU 전문인력 미국에서 채용

삼성전자 관계자는 17일 “미국법인의 R&D 조직인 ‘삼성 오스틴 R&D센터(SARC)’와 ‘어드밴스드 컴퓨팅 랩(ACL)’에서 GPU 설계팀 보강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들 조직은 삼성 스마트폰·자동차용 AP 성능을 높일 차세대 제품 설계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PU 관련 인력 충원에도 나섰다. 이달 초 GPU 성능·구조·전문·엔지니어 등 5개 직군에 대한 채용 공고를 냈다. 삼성전자는 △고효율 모바일 GPU 성능 해결 △GPU 설계 검증 △GPU 시뮬레이터 구동 및 설계 등 분야의 경력자를 채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10월께 SARC 소속으로 자체 중앙처리장치(CPU)를 개발했던 ‘몽구스’팀을 해체했다. 이 팀에 소속돼 있던 300명 가까운 반도체 엔지니어도 회사를 떠났다. 당시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미국 R&D 조직이 축소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GPU 설계팀을 운용하고, 추가 인력 확보에 나서면서 GPU 자체 개발을 확대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자율주행차 반도체 시장 노린다

그동안 GPU의 용도는 주로 그래픽 연산을 처리하는 것이었다. 삼성이 GPU 설계 역량 향상에 주력하는 1차적인 목적은 GPU가 들어가는 스마트폰용 AP ‘엑시노스’의 그래픽 처리 성능 향상이다. 최근 스마트폰으로 대용량 게임을 즐기거나 영상을 시청하는 게 일반화되면서 AP에 들어가는 GPU가 스마트폰 성능을 좌우하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GPU 전문업체 AMD와 협업해 개발한 AP가 곧 출시될 예정인데, 성능이 퀄컴이나 애플 제품보다 뛰어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염두에 두고 GPU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GPU는 고급 연산을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CPU와 달리 단순한 계산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최근 엔비디아 같은 업체들은 GPU의 특징을 활용해 방대한 데이터 처리가 필수적인 자율주행차기술 등으로 사업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시스템용 AP ‘엑시노스 오토 V9’을 출시하는 등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엑시노스 오토엔 GPU가 3개 들어가는데 계기판, 중앙정보패널(CID),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등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자율주행의 핵심 기술인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용 반도체 시장도 겨누고 있다. 삼성전자는 GPU에 신경망처리장치(NPU) 기술을 더해 ADAS의 두뇌 역할을 할 수 있는 ‘엑시노스 오토 A’ 반도체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