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샵 아프리카] 요지경 남아공…한겨울에 순환정전 엿새째 '덜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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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들, 코로나19에 정전으로 사업 지장…"직원 휴대폰 충전도 못해"
남반구에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여름을 지나고 있는 한국과 정반대로 한겨울이다.
남아공 행정수도 프리토리아의 15일(현지시간) 최저 기온은 -2도, 최고 기온은 17도를 기록했다.
지난 3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봉쇄령을 도입하자 경제활동이 확 줄어들면서 잠잠하던 순환정전 사태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
남아공 전력의 95%를 공급하는 국영 전력회사 에스콤은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엿새째 순환정전을 하고 있다.
최근 경제 재개와 더불어 겨울철 추위로 증가한 전력 수요를 고질적인 석탄 발전소 고장 때문에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공교롭게 전력공급 주무장관인 그웨데 만타셰 광물자원·에너지 장관이 내각 장관 가운데 처음으로 코로나19 양성반응을 보여 14일부터 자택 근무 중이나 순환정전에 대한 대중적 분노 때문에 동정을 별로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순환정전은 전력시스템의 과부하로 한꺼번에 전역에서 정전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대신 지역별로 돌아가면서 정전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에스콤은 순환정전에 대해 전력 과부하를 덜어준다는 의미로 '로드셰딩'(load shedding)이라고 순화해서 부른다.
로드셰딩은 1∼8단계까지 있으며 각 단계에서 한번 정전할 때마다 약 2시간씩 진행된다.
가장 낮은 1단계는 하루에 1번, 2·3단계는 하루에 2∼3번 정전이 오는 식으로 단계가 올라갈수록 더 많은 시간이 정전되며, 작년 말 프리토리아에선 한번 8단계까지도 갔다고 한다.
가령 14일 아침 에스콤에서 "오늘은 2단계"라고 공지하고 자기가 사는 지역의 정전 시간대가 오후 7시부터 9시 30분까지로 나오면 그에 맞게 하루 활동을 준비하는 식이다.
하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남아공 시민들 입장에서는 원래 짐을 덜어준다는 뜻의 로드셰딩이 역설적으로 짐을 더 얹는 꼴이다.
특히 요즘과 같이 코로나19로 중소기업들이 속속 문을 닫는 힘든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 최일선에 이곳에서 사업을 하는 우리 교민들도 있다.
남아공에 온 지 12년차로 헤어피스(머리장식) 사업을 하는 한 교민은 지난 13일 저녁 야근을 하려고 했지만 정전이 저녁 8시부터 밤10시를 넘겨 예정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 바람에 큰 애를 먹었다.
할 수 없이 촛불을 켜고 밤늦게까지 일을 마저 해야 했다.
그는 "남아공 생활 10년 넘게 사업을 하면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고 생각하지만, 요즘처럼 어려운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 흑인 직원은 지난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내내 전기가 없어서 핸드폰 충전을 못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프리토리아 흑인거주지 마멜로디 등의 사정을 잘 아는 한 교민은 "흑인 지역은 2시간 정전이 아니라 보통 4시간, 심할 때는 밤새 정전이 되기도 한다"면서 "흑인 지역은 에스콤이 아닌 시에서 전기를 컨트롤해서 정전이 더 심하고 오히려 형평성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15일 "흑인들은 감히 비싼 가스난로를 피울 형편도 안되기 때문에 오늘처럼 찬 바람이 부는 날에는 담요를 둘둘 만채 집안에서 견딘다"면서 "조리를 할 때도 옛날 우리 풍로에 쓰던 파라핀(등유)을 쓰는데 어제 한 집에선 불이나 일가족 3명이 희생됐다"고 전했다.
남아공은 한국 아파트처럼 난방이 안되기 때문에 겨울에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더라도 실내 체감온도는 사실상 영하 수준이다.
'틴하우스'라 불리는 양철집에서 살아가는 흑인 빈민가 주민들 사정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도 높아진 데 따라 교민들의 심리적 위축도 크다.
실시간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5일 기준 남아공 감염자 수는 29만8천292명으로 세계 9위다.
코로나 사태 이후 귀국한 남아공 교민은 200명가량으로 약 3천300명 교민이 남아있다.
/연합뉴스
남아공 행정수도 프리토리아의 15일(현지시간) 최저 기온은 -2도, 최고 기온은 17도를 기록했다.
지난 3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봉쇄령을 도입하자 경제활동이 확 줄어들면서 잠잠하던 순환정전 사태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
남아공 전력의 95%를 공급하는 국영 전력회사 에스콤은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엿새째 순환정전을 하고 있다.
최근 경제 재개와 더불어 겨울철 추위로 증가한 전력 수요를 고질적인 석탄 발전소 고장 때문에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공교롭게 전력공급 주무장관인 그웨데 만타셰 광물자원·에너지 장관이 내각 장관 가운데 처음으로 코로나19 양성반응을 보여 14일부터 자택 근무 중이나 순환정전에 대한 대중적 분노 때문에 동정을 별로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순환정전은 전력시스템의 과부하로 한꺼번에 전역에서 정전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대신 지역별로 돌아가면서 정전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에스콤은 순환정전에 대해 전력 과부하를 덜어준다는 의미로 '로드셰딩'(load shedding)이라고 순화해서 부른다.
로드셰딩은 1∼8단계까지 있으며 각 단계에서 한번 정전할 때마다 약 2시간씩 진행된다.
가장 낮은 1단계는 하루에 1번, 2·3단계는 하루에 2∼3번 정전이 오는 식으로 단계가 올라갈수록 더 많은 시간이 정전되며, 작년 말 프리토리아에선 한번 8단계까지도 갔다고 한다.
가령 14일 아침 에스콤에서 "오늘은 2단계"라고 공지하고 자기가 사는 지역의 정전 시간대가 오후 7시부터 9시 30분까지로 나오면 그에 맞게 하루 활동을 준비하는 식이다.
하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남아공 시민들 입장에서는 원래 짐을 덜어준다는 뜻의 로드셰딩이 역설적으로 짐을 더 얹는 꼴이다.
특히 요즘과 같이 코로나19로 중소기업들이 속속 문을 닫는 힘든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 최일선에 이곳에서 사업을 하는 우리 교민들도 있다.
남아공에 온 지 12년차로 헤어피스(머리장식) 사업을 하는 한 교민은 지난 13일 저녁 야근을 하려고 했지만 정전이 저녁 8시부터 밤10시를 넘겨 예정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 바람에 큰 애를 먹었다.
할 수 없이 촛불을 켜고 밤늦게까지 일을 마저 해야 했다.
그는 "남아공 생활 10년 넘게 사업을 하면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고 생각하지만, 요즘처럼 어려운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 흑인 직원은 지난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내내 전기가 없어서 핸드폰 충전을 못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프리토리아 흑인거주지 마멜로디 등의 사정을 잘 아는 한 교민은 "흑인 지역은 2시간 정전이 아니라 보통 4시간, 심할 때는 밤새 정전이 되기도 한다"면서 "흑인 지역은 에스콤이 아닌 시에서 전기를 컨트롤해서 정전이 더 심하고 오히려 형평성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15일 "흑인들은 감히 비싼 가스난로를 피울 형편도 안되기 때문에 오늘처럼 찬 바람이 부는 날에는 담요를 둘둘 만채 집안에서 견딘다"면서 "조리를 할 때도 옛날 우리 풍로에 쓰던 파라핀(등유)을 쓰는데 어제 한 집에선 불이나 일가족 3명이 희생됐다"고 전했다.
남아공은 한국 아파트처럼 난방이 안되기 때문에 겨울에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더라도 실내 체감온도는 사실상 영하 수준이다.
'틴하우스'라 불리는 양철집에서 살아가는 흑인 빈민가 주민들 사정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도 높아진 데 따라 교민들의 심리적 위축도 크다.
실시간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5일 기준 남아공 감염자 수는 29만8천292명으로 세계 9위다.
코로나 사태 이후 귀국한 남아공 교민은 200명가량으로 약 3천300명 교민이 남아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