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이용 못 하는 자가격리자 검사 위해 자택 찾아 검사
장맛비 맞고 땀 흘리며 하루 갈아입는 방역복 최대 6벌
자가격리자 '가가호호' 방문 검체 채취…비·땀·눈물
"주민들 눈을 피해 방호복 입으려고 이곳저곳 뛰어 숨어다니면 비에 젖고, 땀 흘리고…눈물이 날 지경이에요.

"
광주에서 코로나19 2차 확산세가 이어지는 요즘 덩달아 쏟아지는 자가격리자에 의료진이 진땀을 흘리는 현장이 있다.

바로 자가격리자 격리 해제 전 '가가호호' 검체 체취 현장이다.

광주 북구보건소는 차를 타고 오거나, 도보로 걸어온 검사 대상자를 대상으로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차가 없고, 걸어오기에 먼 곳에 살거나, 노령과 장애에 몸이 불편한 자가격리자들이다.

2주간의 자가격리가 해제되기 전 마지막 코로나19 검사를 통해 '음성'을 확인받아야 하지만, 대중교통 이용이 금지된 대상자들은 검사받을 길이 막막하다.

이에 북구는 보건소 간호 인력을 직접 자가격리자의 자택에 파견해 검체를 체취하고 있다.

최근 지역 내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북구에서만 하루 최대 2천명 가까이 자가격리자가 늘어나면서 검사 대상자도 폭증했다.

'가가호호' 검사 인력은 하루 2인 1개 조 3~4개 팀이 온종일 돌아 20여개 이상씩 검체를 채취하곤 한다.

15일 자가격리자 자택을 찾는 북구보건소 의료진을 동행했다.

"주민들이 민감하고, 접촉의 우려가 있으니 멀리서 취재해주세요.

"
신신당부를 잊지 않은 북구 보건소 간호직원은 중앙사고수습본부 파견 인력과 함께 일상복 차림으로 광주 북구의 한 주택가 골목으로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걸어 들어갔다.

현관문을 열어주러 나온 외국인 자가격리자를 혹시나 이웃이 눈치챌까 봐 손짓으로 다시 들여보낸 간호직원은 주택 2층 구석으로 올라가 방역복을 꺼내 입기 시작했다.

하늘에서는 장맛비가 내려 옷을 적시고 있었고, 양손 가득 무거운 검사 장비를 챙겨 드느라 몸에서는 땀이 맺혔다.

자가격리자 '가가호호' 방문 검체 채취…비·땀·눈물
"동네 주민들이 모르게 와주세요.

"
자택을 방문하겠다는 전화에 자가격리자들이 거의 빠짐없이 하는 부탁이다.

방역복을 입고 돌아다니면 "우리 동네에서 확진자가 나왔느냐?"며 불안해하는 주민들이 많아 보건소 직원들은 자가격리자들의 집 앞에까지 가서야 방역복을 챙겨 입는다.

이곳 주택은 그나마 외진 곳에 있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복도식 아파트에라도 가는 경우에는 이리저리 살펴 주민이 없는 틈에 방역복을 입다 주민이 나타나면 옷을 몸에 걸치고 숨는 등 숨바꼭질하는 상황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이렇게 갈아입고 벗어 버리는 방역복만 많을 때는 하루 6벌이다.

비가 내리고 후텁지근한 장마 날씨에 방역복을 입고 벗는 것만으로도 지친 직원은 "힘들 때는 눈물이 핑 돌 지경이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안타까운 마음은 자가격리자들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을 위해 먼 길 고생을 마다한 보건소 직원에게 시원한 물 한 컵이라도 내주고 싶지만, 그들의 마스크를 내리게 할 수는 없는 일이라 고마운 마음만 전한다.

자가격리자 일부는 오랜 격리 생활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검체를 채취하며 격리자들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보건소 직원들은 심리 지원단을 연결해줘 도움을 받게 돕기도 한다.

심리지원단은 상담을 거쳐 각종 어려움을 해결해 주거나, 심리적 안정을 주고 사안이 심각하면 유관기관과 연결해 심리 치료 등을 지원하기도 한다.

광주 북구보건소를 중심으로 코로나19와 최전선에서 싸우는 인력은 간호 직원 등 57명, 공무직 20명, 중수본 파견자 8명 등 80여명이다.

이들과 자가격리 수칙을 잘 지켜 준 시민들 '덕분에' 광주의 코로나19 확산세는 연 이틀째 1명에 머무는 등 안정세에 접어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가격리자 '가가호호' 방문 검체 채취…비·땀·눈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