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음식과 자유

▲ 엔리코 페르미, 모든 것을 알았던 마지막 사람 = 데이비드 슈워츠 지음, 김희봉 옮김.
이탈리아계 미국인 물리학자로 학문은 물론 교육과 과학 정책, 원자력 기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업적을 남긴 페르미의 인생을 정리했다.

저자는 페르미의 제자가 될 뻔했던 선친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발견한 한 편의 글에 흥미를 느끼고 많지 않은 기존 자료에 더해 1970년 이후 새로 알려진 사실들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4년에 걸친 조사와 집필 끝에 책을 완성했다고 한다.

페르미는 1938년 노벨상 수상을 위해 출국하게 된 것으로 기회로 삼아 파시스트가 지배하던 이탈리아를 떠나 미국으로 이주해 원자폭탄 제조를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이후 수소폭탄 개발에도 힘을 보태지만, 물리학자로서도 탁월한 업적을 쌓았다.

"페르미보다 더 많은 장소와 개념에 이름이 붙은 물리학자는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제자 제프리 추는 페르미를 "모든 것을 아는 마지막 사람"이라고 불렀다.

이론과 실험에 모두 뛰어날 뿐만 아니라 천체물리학에서 지구물리학까지, 입자물리학에서 응집물리학까지 당대의 물리학에 관한 모든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인데, 이는 오늘날에는 물론이고 당시에도 매우 드문 일이었다.

특히 그는 가르치는 일을 진정으로 즐기는 교육자였다.

전쟁이 끝난 후 재직한 시카고 대학에서는 강의 의무를 지지 않아도 됐는데도 매 학기 반드시 2~3 강좌를 맡았고 단번에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절대로 짜증을 내지 않았고 오히려 한 번 더 설명하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이 밖에도 개인적인 기록을 거의 남기지 않았고 평전이나 자서전도 드문 페르미의 인간적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많은 일화가 소개된다.

김영사. 596쪽. 2만5천원.
[신간] 엔리코 페르미, 모든 것을 알았던 마지막 사람
▲ 언더커버 = 아마릴리스 폭스 지음, 최지원 옮김.
최연소로 미국 중앙정보국(CIA) 비밀 요원으로 발탁돼 중국 상하이부터 파키스탄 카라치까지 세계 곳곳에서 테러를 막기 위한 포섭과 잠입, 협상 활동을 벌여온 여성의 회고록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예정됐던 영국 옥스퍼드대 입학을 미룬 채 미얀마로 가 아웅 산 수 치 현 국가고문이 이끌던 민주화 운동을 지원했던 저자는 대학원 재학 중 테러범들의 은신처를 알아내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을 계기로 CIA에 스카우트된다.

그 후 가장 위험하지만, 모두가 선망하던 최정예 비밀 작전에 투입되면서 수년간 가장 위험한 6개국의 테러 조직을 추적했다.

책에서는 스타벅스 카드 잔액에서 라떼 구매 금액이 빠지면 그로부터 24시간 후 조력자와 접선하거나 천식으로 호흡 곤란을 일으킨 테러 집단 지도자의 아이를 도와주고 테러를 막은 이야기 등 영화에나 등장할 것 같은 일화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CIA에서 은퇴한 후 작가, 평화운동가로 일하며 방송에도 자주 출연했고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부 장관의 증손자 로버트 케네디 3세와 결혼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세종서적. 376쪽. 1만5천원.
[신간] 엔리코 페르미, 모든 것을 알았던 마지막 사람
▲ 음식과 자유 = 카를로 페트리니 지음, 김종덕 옮김.
1980년대 이탈리아 로마에 맥도날드가 입점하는 것을 반대하며 '슬로 푸드' 운동을 창시한 저자가 음식을 통한 자유와 해방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에게 '미식', 즉 좋은 음식이란 좋은 식자재로 만들어진 음식일 뿐 아니라 문화적 차이에 주목하며, 지속가능한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고, 생산과정에서 공정함을 담보하는 음식이다.

책은 저자가 슬로 푸드 운동의 슬로건대로 '좋고 깨끗하고 공정한' 미식을 위해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고 농민과 소비자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폭식과 기아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그리고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대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음식이 모든 측면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저마다 자기 문화와 기호에 맞는 '우리' 음식으로 복원된다면 미식을 통해서 음식이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음식은 자유이기 때문"이라고 썼다.

따비. 360쪽. 2만원.
[신간] 엔리코 페르미, 모든 것을 알았던 마지막 사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