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감속했어야" 충돌사고 낸 사이프러스 선박 선장 유죄 확정

부산 해안에서 선박 충돌사고를 낸 외국 선박 선장이 사고방지를 위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돼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업무상과실 선박매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사이프러스 국적 벌크선 파나맥스블레싱호의 선장으로, 그의 배는 2013년 7월 10일 오전 5시께 부산시 앞바다에서 파나마 선적 하모니라이즈호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하모니라이즈호가 침몰했고 중국인 선원 12명이 구명보트를 타고 표류하다가 경비정에 구조됐다.

침몰한 배에서 기름이 유출돼 바다가 오염되는 피해도 발생했다.

1심은 A씨가 사고 발생 10분 전부터 하모니라이즈호를 피하기 위해 계속해서 항로 변경을 시도한 점 등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오히려 상대 선박인 하모니라이즈호가 충돌 직전 급격하게 항로 변경을 한 탓에 사고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무죄 판결을 뒤집어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더 이른 시점에 레이다를 통해 하모니라이즈호를 인지했음에도 감속하지 않은 데 책임이 있다고 봤다.

A씨가 더 여유를 갖고 항로 변경을 시도해야 했고 뒤늦게 항로 변경을 시도한 이상 더 큰 각도로 배를 돌려야 했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대해 "국제해상충돌 예방 규칙과 해사안전법상 주의 의무 및 신뢰의 원칙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연합뉴스